E.O.E. └ 액션/슈팅



매트릭스와 스타워즈의 껍데기를 뒤집어 쓴 액션 게임. 엔드오브에반게리온 아닙니다. 호산구식도염을 뜻하는 의학용어도 아닙니다!

매트릭스와 스타워즈... 두 영화 시리즈와 다르게 세계관도 다르고, 가치관도 다르고, 주제도 다릅니다. 하지만 묘하게 이세계같은 도시 묘사와 요원들이라는 이름의 적들이 등장하는 부분은 매트릭스를, (심지어 첫스테이지 전투브금이 진짜 매트릭스의 그것에서 음계만 살짝 바꾼 겁니다;...) 광선검 휘두르는 부분에서는 스타워즈를 떠올리게 합니다. 하지만 말했듯이, 두 시리즈의 내용과는 무관하게 나아가고 그만큼 깊은 작품의식은 없어서 껍데기만 차용했다고 언급한 겁니다.

이외에도 게임 속에서는 다양하게 오마주를 차용합니다. 기사가 등장하고, 누가봐도 파워레인저 스러운 적이 등장합니다. 최첨단 닌자 비스무리한 것들도 등장합니다. 레벨은 도시, 차이나타운, 협곡, 유적지, 고오급건물까지... 나올만한 건 다 나옵니다. 그래서 보다보면 잡탕 컨텐츠를 보는 것 같아요.

게임 자체도 그래요. 다양한 무기를 골라 끼며 싸우는 것, 무기따라 숙련도와 레벨이 있어서 쓸 수록 강해지는 개념, 무기를 활용해서 길을 찾는 부분이 있는데, 모두 뻔합니다. 나중에는 검술액션이 좀 더 깊어지긴 하지만, 무언가 멋진 부분이라고 할만한 부분, 요점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그냥 흔한 검술 액션처럼 공격하다 적이 반격하면 타이밍 맞게 타겟을 벗어나 다음 전략을 펼치는 것. 그것이 답니다.

특이한 부분이라면, 악스파탈리스처럼 그림 그리듯이 마법 쓰는 부분. 허나 왜 넣었나 싶을 정도로 의미가 없게 쓰였습니다.

그림 그리듯이 마법쓰는 부분에 대해서 더 정확하게 짚자면, 악스파탈리스에서는 마법을 쓰기 위해서는 룬 문자를 그려야 합니다. 허나 실시간에서 그려야 하기 때문에 긴급한 순간에도 침착하게 글자를 그려야 하는 고난이도의 컨트롤이 중요해집니다. 그리고 자주 쓰는 마법의 룬 문자들을 외워야 합니다. 그래서 악스 파탈리스의 룬문자 그리기로 마법쓰기는 어느 정도 코어한 느낌이 있습니다. 하지만, EOE에서는 마법 쓸 때 화면이 정지할 뿐 아니라 가이드 선이 그려지기 때문에 아날로그 스틱 컨트롤만 잘하면 그릴 수 있습니다. 살릴 수 있는 장점을 모두 배제한 방향으로 본 시스템이 끼워져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방면에서도 게임의 질이나 심오함을 올리지 못하여, 이 시스템은 그냥 사족처럼 느껴집니다. 제 생각에 이건 더미데이터보다도 필요도가 낮아요.

게임이 뻔하다면 퀄리티나 키치적 완성도는 어떠한가를 봐야 하는데, 그것도 좋진 않습니다. 특히 사운드 퀄리티는 너무 저렴합니다. 유명한 사운드 샘플들을 대충 가공해서 집어넣은 것 같습니다. 검을 휘두르는데 둔기 휘두르는 소리가 나고, 분명히 에너지 검인데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휘두르는 소리가 크고 맞는 소리가 약해서 타격감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래픽도 세밀하지 않습니다. 반복된 텍스처로 가득한 복도가 많은데 처음에나 그러려니 하지, 나중에는 치가 떨리는 정도입니다. 진짜, 뭐라도 그려서 채워넣고 싶어요. 아님 복도를 줄이던가. 동시에 라이트맵과 텍스쳐, 디렉셔널라이트가 서로 톤을 이루지 못합니다. 게임 속에는 독특하고 키치만땅인 적들이 등장하지만, 배경이 너무 붕뜨다보니 적과 주인공과 게임의 색감이 살아나질 않습니다. 보다보면 심지어 엑스오퍼레이션이 떠오를 정도입니다.

액션도 별로인데 보는맛조차 별로면 대체 어딜 봐야 하는 거죠. 그래도 액션은 당시 시점에서는 준수했으니 그렇다치긴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