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슨 티어즈 └ 액션/슈팅



UI 그래픽이 조악해서 삼류게임인가 싶으면, 캡콤이 떡하니 있어요. 아, 믿고 간다. 확실히 액션은 좋아요. '액션'만. 2버튼의 단순한 콤보구조와, 콤보를 이을 수록 보상이 커지는 구조, 레벨업, 강화와 개조의 컨텐츠는 매우 단순하고 뻔합니다. 하지만 뻔하지만 맛있는 음식도 있잖아요. 모두가 아는 그런 맛.

빗뎀업의 기초에 로그라이크식 레벨구조가 뒤섞여 있는 구조입니다. 읽어보니 어딘가 익숙하죠? ...던파잖아요; 이전에 비슷한 게임들이 몇 개 있었던 것 같은데 잘은 생각이 안나는 군요. 아무튼 현재 던파가 세계 10대 고수익 게임에 든다죠. 캡콤은 그걸 보고 배가 아팠을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 시스템을 개량하고 넓혀서 온라인버전으로 만들었다면 아마도 던파가 오히려 약세로 치닫지 않았을까. 물론 그렇게 되면 게임계 성공기는 대체 역사로 흐르게 되겠죠.

아무튼 아무튼, 제겐 그렇게 흥미로운 게임은 아니었습니다. 줘패는 재미는 있지만, 말했듯이 익숙한 맛이잖아요. 콤보 빼곤 이보다 맛난 걸 많이 먹어봤어요. 심지어 본편에 부록으로 딸린 '급하게 대충 만든' 게임도 이거보다는 맛있는 경우를 봤습니다. 덕분에 제가 던파를 안 해요. 물 타고 거기에 이상한 향신료를 첨가한 맛 같거든요. 카스가 마시고 싶을 때도 있지만, 맥주 애호가들은 그보단 헤페나 호가든을 더 선호하잖습니까. 물론 저는 다른 싸구려 맥주인 버드를 애호합니다만.

아무튼 아무튼, 그래서 적들 패는 건 좋은데, 하면서 묘하게 이걸 오래 잡을 가치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할 일도 많고, 요즘 터져 나오는 다른 명작도 많은데, 굳이 잡을 필요는 없는 게임이라는 거죠. 스킬 많이 쓰면 캐릭터가 오버히트 상태가 되서, 데미지를 입지만 공격력도 세지는 상태로 변하는 모습은 인상깊었습니다만

글쎄요.

첫 보스가 텔레포트를 하는 적인데, 저는 이걸 방어형 보스라 부릅니다. 잡을까하면 도망치거든요. 잡는 방법이 따로 있습니다. 허나 그 타이밍이 빗겨가면 또 잡기 힘들어지고, 혹자는 확률에 의해 잡을 타이밍이 정해지는 편이라 때로는 오래 기다리기도 해야 하는 그런 보스 형태에요.

저는 빗뎀업에서 그런 방어형 보스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있다면, 저는 그 게임이 아무리 명작이라고 해도, 나와는 철학이 맞지 않는다며, 곧 처분해버려요. 이런 사람들은 빗뎀업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적들과의 전면전이 중요한 게임인데 엄폐전 같이 지리하게 게임을 끌고 가게 되는 그런 보스 유형을 빗뎀업에 끌고 왔어요. 서로 1대1로 맞서는 긴장감 혹은 헛점을 파고 들며 콤보를 연속으로 넣는 그런 즐거움의 유형의 게임인데, 다른 유형의 적 패턴을 끌고 왔단 말이죠.

물론 제 생각이 짙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저는 본 게임의 디자이너의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아요. 게임이 내내 불편했어요. 어디는 너무 쉽고, 어디는 너무 어렵고, 레벨디자인 의도와 자원의 조율점은 가늠 가는데 좀 더 비틀어냈다면 좋았을텐데 거기까진 가지 않은 걸 보면, 시간에 쫓겼다라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PS.
디자이너가 좆나 생각없다는 둥, 비난 어조가 가득했다가 그래도 "사정 있겠지 뭐"하면서 적당히 시간에 쫓겼다고 표현했는데 평가가 저만 박한 게 아니었네요; 해당 개발사의 게임을 잘 아는 분들도 퀄이 전보다 떨어졌다고 말하는데, (캡콤은 배급사였네요, 낚임) 에어가이츠 언급해서 놀랬습니다. 연관성있을 줄 몰랐는데, 게임 플레이 하는 내내 그 게임의 던전모드 생각났거든요.

...위에 언급한 "부록으로 딸린 대충 만든 게임"이 바로 그 에어가이츠 던전모드 말하는 거였어요;

이번 일로 깨달은 게 있다면, '개발사 마다의 테이스트란 게 존재하긴 하는구나'라는 것. 그게 아니라면 이 현상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전 그 글 보기 전까지, 본 게임을 캡콤에서 만든 줄 알았거든요. 근데 계속 묘하더라고... 그 냄새가 나니까...(?)

아님 게임을 20년 동안 수백개를 하다보면 냄새로 게임을 구별하는 능력이 생기는 것일지도.






덧글

  • G-32호 2019/05/01 20:13 #

    뭐 던파는 오래전에 나온 고전 오락실 게임인 던전 앤 드래곤과 천지를 먹다를 배낀 게임이라서 딱히 캡콤이 던파 시기해서 그런걸 만들었다는 생각은 안들더랩지 말이죠. 몇년 전에 나온 드래곤즈 크라운을 시기했다면 모를까.
  • 로그온티어 2019/05/01 21:03 #

    배꼈다는 설 얘기하는 건 아니고, 이 흥행성을 진작에 알았다면 조기에 노선을 바꿔서 성공작을 낼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서 그 말을 쓴 겁니다. 개발사가 드림팩토리라 애초에 꿈도 희망도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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