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ptive 시리즈 └ RPG





악에게 붙잡힌 주인공을 구하는 임무를 4대의 로봇이 수행한다는 내용의 던전RPG 시리즈. SF 테마의 게임입니다. 던전마스터에서 영향받아 중세판타지 노선을 탔던 후대 던전RPG들 치곤 새로워 보입니다. 물론 블랙 던 시리즈도 있고 에일리언 파이어도 있고 파라사이트 시리즈도 있기에 그렇게 새롭진 않지만요. SF니까 판타지 계열에서 하던 룬문자로 마법시전하기가 없는데, 그래서 제가 SF 던전RPG를 좋아합니다. 룬문자 찍어서 (정확히는 순서를 외워서) 마법쓰는 걸 매우 극혐하거든요 (...)



위는 1편 게임영상. 워낙 UI가 특이해서 올려봤습니다. 로봇에게 디바이스를 장착하면 위처럼 저렇게 동작 화면이 뜨는데 산만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기도 합니다. 왼쪽 버튼이 원색이라 분위기치곤 아기자기해서 안 맞는 느낌이지만, 뚜렷한 색상으로 명확히 캐릭터를 구분하니 실용성에서는 큰 문제가 되진 않습니다.

게임에서 캐릭터 성장방식이 좀 특이한데, 던전돌면서 적들 죽이다보면 경험치가 쌓입니다. 근데 그 경험치를 스킬에 투자해요. 여기까진 평범한데, 근데 스킬을 투자할 수록 아래 3스텟의 수치가 변합니다. (...) 그리고 스텟이 상승함에 따라 새로 찍을 수 있는 스킬이 열람됩니다. 즉, 스킬을 찍다보면 다른 스킬을 찍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거죠. 이 말은 즉슨, 초반과 후반에 드는 무기나 플레이어 사용법이 달라질 거라는 말이 되기도 합니다.

던전마스터에서 선보인 문짝 꼼수가 가능합니다. 허나, 이번엔 단순히 닫아버려서 안전하게 잠을 청하거나 인공지능이 리부트하는 동안에 공격하는 타이밍을 벌기 위해 문을 여닫지 않습니다. 문을 닫아서 적을 찌그러뜨려 죽일 수 있습니다(...) 초반 플레이 보시면, 공격력이 약해서 면전에서 대응해도 될만한 적에게 이걸 시전합니다.

상점 시스템도 직관적입니다. 왼손에는 돈을 넣고 오른손에 아이템이 나오는 형태라니;; 오른손에 아이템을 올려 확인 버튼 누르면 왼손에 돈이 나오고, 왼손에 돈을 더 올려 합산한 돈으로 목록에서 아이템을 고르면 오른손에 아이템이 나오고 왼손의 돈의 수치가 물건값만큼 감소합니다(...) 복잡해지고 지루해질 수 있는 UI디자인의 한계를 뛰어넘은 사례로 꼽히지 않을까 싶네요.

그리고 기지 탐사 도중에 콘센트가 있는데, 여기에 코드 꼽아서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습니다. 아머를 충전하거나요 (...) 던전 벽에 대고 충전하는 건 처음 봤습니다;; 신랄하네요.

마지막으로, 던전을 탐험했다면 던전을 폭파시킬 수 있습니다! 던전이 폭파한다는 개념은 여기서 처음보는데, 요거 특이한 카타르시스가 있네요. 기억해놔야 겠습니다.





2편 오프닝 씬.



도트2D 그래픽의 한계를 뛰어넘는 연출을 선사하는 오프닝 중 하나로 손 꼽힙니다.

인트로에 디스켓 1장을 할애한 것만 봐도 이미 제작비 거하게 투입했다는 냄새가 나죠. 2편은 화려해 졌고 NPC 개념에 풀보이스로 무장했지만 (위의 것이 CD32 버전이라서 그런 지는 몰라도) 형식은 같습니다. 하나의 세계에 다양한 던전이 있고, 그 던전들을 싸돌아다니며 붙잡힌 캐릭터를 구한다는 내용이죠. 단지, 전작이 주먹구구식으로 아무데나 싸돌아다니던 것과 달리, 이번엔 다양한 던전에 숨어 있는 NPC와 대화 걸며 단서를 찾아다니는 약간의 추리요소가 가미되었을 뿐입니다.

행동 가짓수가 많아진 만큼, 스킬도 전투위주였던 전작보다 다양하게 변했고요.



연출도 3D와 가짜3D(2.5D) 2D의 조합으로 독특하게 요란한 그래픽이 보여집니다. UI의 아기자기한 색상은 수정되었지만, 대신에 난잡한 쓰레기통 안 같은(...) SF 그래픽을 얻었습니다! (...) 생각해보면, 당시 90년대 SF 그래픽 이미지가 이랬던 것 같습니다. 뭔가 회색회색하고 뭔가 복잡하고 뭔가 샤프한 느낌이 드는 모양새 말입니다! 특히 움직이는 폴리곤 쪼가리는 단순하고도 거창한 형이상학적인 느낌을 선사합니다 (...) 마! 이게 90년대 SF게임이다!










Captive 시리즈의 특이점이라면, 레벨은 랜덤 생성인지는 모르겠으나, 여정은 랜덤으로 생성된다는 겁니다. 게이머는 세계 어딘가에 숨은 인질을 구출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인질은 새로 플레이할 때마다 이름도, 위치도 달라집니다. 찾아가기 위해 행동해야 하는 순서도 달라집니다. 그냥 유저의 촉이나 추리에 따라 구출해야 하기에, 추적 시간이 짧을 수도 빠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번에는 저번과는 판도가 다를 수도 있죠. 최신작이라면 [몬스트럼] 생각하면 빠를 겁니다. 이 계열에서 가장 명작이라면 역시 [폴아웃] 시리즈가 있겠네요.

이에 대해 어떤 유저가 "이 게임은 결국 미션1 밖에 없는 거냐"라고 비판하자, 본 영상을 업로드한 유저가 답변했습니다. "미션1이지만, 그 자체가 거대한 여정이다."

저는 이 과정이, 랜덤 미드처럼 느껴졌습니다. 생각해보세요. CSI나 퍼슨오브인터레스트같은 작품은 수사물입니다. 조금씩 캐릭터의 관계나 성향이 드러나지만, 어쨌거나 수사의 계열과 순서는 같습니다. 약간의 변주만 있을 뿐이죠. 이 게임은 그 변주할 부분에 랜덤속성을 걸어놨을 뿐입니다. 게임플레이는 같고, 임무도 같지만, 결국 그 안에서의 사소한 에피소드들은 달라지는 거죠.

만일 장대하고 다양한 것을 보여주는 서사에 열광하는 게이머라면 본 게임은 1회성 게임이 되겠으나, 변화되는 세상 속에서 달라지는 임무의 판도와 난이도를 조율하는 공무원 스타일의 게이머라면 본 게임은 반영구적인 즐거움을 선사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