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던 시리즈의 흥망성쇠 └ RPG



던전크롤 시리즈로서는 잘 안 알려진 게임이더군요. 해외 포럼에서 누구 이거 버그터졌는데 문제 아시는 분? 이라고 물으면 "그거 뭐임, 안 해봄"이라는 소리가 되돌아옵니다. 인터넷에 쳐도 헬기게임이 먼저 뜨지, 제가 지금 설명하려는 던전크롤 게임에 대한 정보는 나오지 않습니다. Amiga라는 추가 검색어를 붙여야 제가 말하는 블랙 던 시리즈 관련 내용이 뜹니다.

지금 와서 인지도가 낮아진 것인지, 목소리가 없는 소수 고정 마니아층이 존재하는 지는 모르겠으나 공략이든 힌트든 간에 정보가 매우 협소합니다. 보통 RPG 게임이 컬트팬이라도 존재한다면, 팬 리메이크나 크로스플랫폼 프로젝트같은 게 나올 법한데 이건 시리즈가 5편까지 나왔으면서 그런 프로젝트는 하나도 없고, 아미가 포럼에서도 처음 들어봤다는 사람이 나오잖아요? 허나 오늘날, 원작 제작진이 블랙 던에 대한 새 시리즈를 내겠다고 공표한 걸 보면 분명히 이건 알거나 게임을 소장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소리거든요? 근데 넷상에 존재하는 데이터라곤 아미가 디스켓 파일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게임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꽤 어려웠어요. 그래서 보다 복잡해진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후반 시리즈에 대한 내용이 좀 빈약할 겁니다. 솔직히, 그렇기 때문에 시리즈를 한번에 퉁쳐서 설명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고요. 어찌보면, 이 블로그 역사상 최초겠군요 (...) 최초로 시리즈를 한번에 소개하는 포스팅인 겁니다.








블랙 던1


첫번 째 블랙던 작품이고, 이후 블랙 던 시리즈가 가지는 시스템의 특성은 전부 갖추고 있습니다. 블랙 던은 레벨을 플레이 하는 도중 세이브가 불가능합니다. 반면에 함정도 많고, 적들은 정말 공격력이 쎄서 방심하면 순식간에 죽습니다. 적들은 주위에 있어도 소리를 내지 않고, 공격할 때서야 소리를 내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공포감이 있습니다. 허나, 본 작품은 괴물의 괴기한 디자인 빼고는 호러적 분위기가 크게 느껴지진 않는 편입니다. 아무튼, 특유의 레벨디자인과 몰아붙임 덕택에 레벨 플레이 하는 내내 매우 긴장감 넘칩니다. 그리고 퍼즐 요소도 놓치지 않습니다. 2스테이지부터 나오는 밀기 가능한 철쇠공 퍼즐 (소코반) 은 본 작품의 핵심 퍼즐 요소인데요. 레벨을 그냥 풀어나갈 수 있지만, 떡밥을 눈치채고 '다르게' 풀어나간다면, 다음 레벨로 넘어가기 전에 더 많은 보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보상을 통해 이후 플레이가 수월해지는 디자인 방식은 전투 위주의 게임플레이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레벨을 생각하면서 풀어나가는 것에 대한 즐거움도 놓치지 않는 쪽으로 승화시켰습니다.

여기까지 보면 좋아보입니다만 이 장점을 다 까먹는 문제들이 있습니다.

현 에뮬레이터의 설정문제인지는 몰라도, 한번 입력받아야 할 것을 2번 입력 받는 일이 생깁니다. 근데 사실 이 문제의 핵심은 게임이 가끔씩 입력을 2번 받기 때문이 아닙니다. 게임을 플레이해보시면 아시겠지만, 게임 내 프레임이 들쭉날쭉하게 변화합니다. 어떤 때는 게임사이클이 최대 가속 상태가 되어서 입력과 동시에 게임 진행이 확 빨라지고, 어떤 때는 느려서 게임 입력 상태가 정상화되는... 그래서 원치않게 살짝만 눌러도 휙 돌아버리다가도, 다시 정상적인 컨트롤로 돌아오는 일이 터지는 겁니다. Vsync를 맞춰도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키보드 단축키가 없기 때문에 게임 플레이 내내 마우스로 컨트롤을 해야 합니다. 방향조정도 마우스로, 전투도 마우스로 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번거롭고 불편합니다. 보통 던전크롤 게임은 키보드와 마우스의 조합을 써서, 어느 것을 가지고 있든 플레이가 가능하고, 같이 가지고 있다면 보다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인터페이스를 짜는 편입니다. 하지만 이건 오로지 마우스에요.

세이브는 코드를 입력하는 방식입니다. 디스켓 세이브 방식이 아니에요. 기존의 세이브 가능 게임들은 디스켓 세이브 방식인데, 매번 게임디스켓을 빼고 세이브전용 디스켓을 넣어야 하기 때문에 교체가 불편했습니다. 허나 이건 이것 나름대로의 불편함이 있더군요. 17자 넘는 코드를 하나하나 입력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블랙 던2




1편과 같이 디스켓은 1장 짜리인데도 불구하고 스케일이 더 커졌습니다. 게임 자체는 이전 방식에서 변화하지 않았지만, 문제점과 심심할 수 있었던 부분들이 크게 수정되었기 때문에 범작 느낌이 어느 정도 풍깁니다.

가장 반가운 부분은, 이전의 인터페이스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겁니다! 드디어 키보드 넘넉키로 이동을 제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우스 이동이나 왼쪽 클릭을 키보드로 대신 할 수 있는데요. 다소 기이해 보이지만 이것도 나름 편의성에 신경 쓴 부분입니다. 인벤토리 설정이나 재장전의 사례가 아니라면, 마우스 커서를 공격 버튼에 가져다 대면, 키보드 아무키나 눌러도 공격을 할 수 있기에 오롯이 키보드로만 하는 플레이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마치 둠 플레이 하듯 직관적이고 빠른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그래픽은 보다 멋져졌습니다. 되도록이면 레벨마다 하나의 색톤만을 사용하는 것으로, 최적화도 잡고 레벨의 테마와 개성적 느낌을 살렸습니다. 난잡하지 않게 분위기를 잡아주는 톤 앤 매너 방식을 쓰는 셈이죠. 허나 그럼 좀 심심해 보일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블랙 던은 분위기와 심상에 매우 큰 신경을 씁니다.

각 레벨마다 환경음을 둬서 현장감과 긴장감을 더하는 건 물론이고, 괴상한 벽 그래픽 (얼굴이 보인다던가 기괴하게 꼬여있거나) 을 써서 그로테스크하고 음침한 분위기를 살리기도 했습니다. 사운드는 보다 날카로워져서 적들이 공격할 때마다 신경이 곤두서게 됩니다. 그로테스크한 분위기, 기괴한 환경음 덕택에 1편에서는 미묘했던 공포감이 확 살아납니다.

게임은 레벨업의 개념이 없고, 맵을 이동하는 방식입니다. 현재 레벨을 깼다면 다음 공략할 레벨을 선택할 수 있고, 레벨을 시작한다면 마지막으로 레벨을 클리어할 때 캐릭터 상태를 계승해서 시작합니다. 둠을 생각하면 쉽습니다. 둠도 클리어한 상태를 가지고 다음 레벨을 플레이하게 되잖아요. 68%의 체력을 남기고 클리어 했다면, 다음 레벨 플레이시엔 68%의 체력을 가지고 시작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레벨 플레이하는데 최대한 손해를 덜 보면서 플레이해야 유리한... 서바이벌 호러의 양식이 갖춰집니다.

1편에서 머리를 써서 레벨을 클리어하면 더 많은 보상을 주는 개념이 본 작품에서는 필수가 됩니다. 전작에서는 적을 죽이면 돈이 나왔기 때문에 적만 잘 죽이면 궁핍해질 일이 없었지만, 본 작품에서는 적을 죽여도 돈이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플레이하고 있는 레벨에서 비밀(정확히는 돈들이 숨겨진 곳)을 찾아나서지 않으면 나중에 물자를 살 돈이 부족해져 궁핍해집니다.

근데 여기에 시간제한 개념이 추가되고, 레벨 내에서 적들을 모두 찾아 죽여야 한다는 필수과제가 주어집니다. 1편처럼 다음 레벨로 가는 문을 찾는 게 아니라요. 따라서, 유저는 시간에 쫓기게 됩니다. 재밌는 점은, 언제든지 잠을 청해서 모든 체력을 회복할 수 있단 겁니다. 즉, 체력 관리에 소모되는 물자를 아끼기 위해서 잠을 청하게 되면 레벨을 클리어할 시간이 부족해집니다.

추가로, 레벨이 보다 복잡해졌습니다. 퍼즐이 복잡해졌다는 말이 아닙니다. 이젠 지뢰도 주의해야 하고 투명 벽도 드러내야 합니다. 맵을 보기 위해서는, 맵을 볼 수 있는 아이템을 또 따로 사야 합니다. 상점에서는 레벨의 플레이를 쾌적하게 해주는 도구들을 팔지만, 레벨에서 구할 수 있는 돈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무기 탄창이나 체력 아이템 같이 주기적으로 소비해줘야 하는 아이템만 사서는 게임의 모든 상황을 헤쳐나가기 어렵습니다. 허나 도구들은 그 값이 비싼 편이죠.

따라서 본 게임은 시간 관리, 돈 관리, 체력 관리가 요구됩니다. 그래서 모든 자원을 최소화한 상황에서 보상을 극대화해야 나중이 편하기 때문에 빠른 행동력(액션)과 필요한 아이템을 제때 사고 팔거나 비밀을 드러내는 지혜(어드벤쳐)가 요구되는 하드코어한 게임이 되었습니다.

근데 또, 1편처럼... 적들이 몰려있는 레벨이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심지어, 그런 공간에 함정을 두기도 했어요. 따라서, 전작에 비해 한번에 골로 갈 수 있는 요소들이 상당히 증가했습니다. 전작처럼 레벨 내 중간세이브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레벨 안에서의 긴장감이 상당히 급증했습니다. 위에 썼듯이, 시간제한도 있기 때문에 긴장감이란 게 대폭발합니다!

문제가 있다면, 전작처럼 게임 내 프레임이 들쭉날쭉해져서 게임 플레이가 원활하지 못하단 겁니다. 컨트롤 까지 영향을 미치는 문제가 본 작에서도 나타납니다.

에뮬레이터 기동시 System Failure 문제는 Kickstarter 3.0 (Amiga1200용) ROM을 mainrom으로 쓰시면 해결 됩니다. 후속 시리즈에서 일어나는 System failure도 이 킥스타터를 쓰면 더이상 일어나지 않습니다.

다만 에뮬레이터 쓸 때, 세이브 버그가 터져서 세이브가 안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문제가 있어요. 본 작품을 쉐어웨어로만 플레이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인터넷에 쉐어웨어 버전의 롬만 존재하거든요.

쉐어웨어 버전에서는 일부 아이템은 살 수 없고, 10레벨만 플레이 가능합니다. 쉐어웨어 버전을 정품웨어로 풀려면, 당시 제작진이 살던 주소로 게임디스켓을 보내야 합니다. 5파운드를 동봉해서요. 5파운드면 당시엔 상당히 싼 가격이었습니다. 보통 아미가 게임은 20파운드는 됬거든요. 허나, 문제는 디스켓을 그 주소로 동봉해야 한다는 거고 20년이 지난 지금 그 제작진이 거기 살고 있으리란 보장이 없단 게 문제입니다.

한마디로 오늘날의 시점에서는 제작진이 리메이크를 감행하지 않는 이상, 블랙 던2를 제대로 즐길 방법은 없습니다. 당시 정품디스켓을 제작진에게서 받아 쓰던 실제 아미가 유저들 빼고는요. 문제는 이 블랙 던이 블랙 던 시리즈 중에 가장 재밌는 블랙 던이라는 겁니다! (...)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건 좀 희한한 문제인데 인벤토리 커서가...




...

이거 대체 무슨 뜻이냐 제작진 놈들아


+ 레벨 안에서 플레이 하는 동안에 오른쪽 아래 사람모양 버튼을 클릭하면 안 됩니다. 주인공이 자살해요. 주인공이 레벨 안의 모든 적을 죽이면 화면이 빨갛게 변하면서 구역이 정화되었다고 뜨는데, 이때 사람모양 버튼을 클릭해야 주인공이 탈출하는 것으로 레벨이 성공적으로 클리어됩니다.

+ 물음표 버튼은 레벨 내에 적이 몇 마리 있냐를 표시하는 겁니다. 그리고 레벨 내에 적이 없고 탈출 가능하다면 레벨을 보여주는 화면 전체가 빨갛게 변합니다.

+ 허나 자살을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첫째로, 자원이 없어서 가망없기에 다시 플레이를 해야할 때. 둘째로, 길이 막혔을 때. 본 게임의 소코반 퍼즐이 잘못되면 적을 죽이러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막혀버려서 적을 못 죽이는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때는 자살을 추천합니다. ...말이 좀 이상하지만, 제 말은 게임 내 자살 말하는 거에요. 물론 자살하게 되면 현재 레벨의 진행상태와 캐릭터 상태는 전부 날아갑니다. 자살하여 게임오버한 후에 게임을 다시 로드해서 시작하는... 빠른 리셋을 위해 자살을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중요해서 다시 쓰지만 철쇠(돌) 잘못 굴리면 길이 막힙니다. 그리고 길 한번 잘못 막히면 현재 게임을 클리어 못할 수도 있어요.







리전 오브 블랙 던




블랙던 3에 속하는 작품입니다.

2편처럼 3개의 스탯바 시스템이 유지되었고, 다양한 아이템을 사서 활용해야 하고, 퍼즐과 비밀을 밝혀서 레벨 내에서 자원을 많이 챙겨둬야 하는 게임 플레이는 비슷합니다. 허나 시간제한이 사라지고, 모든 적을 죽이지 않아도 됩니다. 그리고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는데, 차이점은 모르겠어요. 시작할 때 챙겨주는 장비가 다르다 정도?



게임은 그래픽이 보다 상향되었습니다. 적들 스프라이트도 유연해져서 타격해서 죽였을 때 퍽퍽 날아가는 맛이 생겼고, 좌우로 터닝할 때 스크롤링 애니메이션이 부과되었기 때문에 보다 역동적인 느낌이 생겨났습니다.

게임플레이는 묘해졌는데, 퍼즐을 푸는 게 중요해졌기 때문입니다. 이젠 퍼즐을 풀지 못하면 레벨을 클리어할 수 없습니다. 퍼즐이래봐야 열쇠 찾기 정도지만. 2편이 액션의 극한이었다면, 3편은 보다 지적으로 변한 게임플레이를 보여줍니다. 체력회복 해주는 뱅글뱅글도는 삼각형도 생기고, 적들이 공격시에 깎이는 체력 정도도 좀 낮아져서 전작처럼 순식간에 죽지도 않습니다. 정신만 차리면 사는 정도. 전작은 정신 차려도 죽는 정도였지만(...) 아무튼, 액션 난이도는 좀 낮아져서 더 차분하게 게임플레이가 가능합니다. 레벨의 퍼즐 상태를 체크하며 서서히 풀어가는 맛이 생겼어요.

허나 2편에서 보여준, 순간의 고민과 판단이 중요해지는 긴박하고 절박한 플레이가 너무 강렬했던 만큼 3편은 크게 인상을 주지 못합니다. 허나 강렬함이 다를 뿐이지, 본 작품에서 아이템을 활용하고 던전을 파고들며 풀어 나가는 심오한 맛이 있습니다. 단지, 취향에 따라 평이 갈릴 뿐이죠. 그러니까, 2편이 롤러코스터라면 3편은 펀하우스 같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편이요? 각자의 극한을 맛 본 여기까지 와서 그 첫작품의 후지고 초보적인 문제들로 가득했던 게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까? 2~3편을 플레이하고 나서 1편을 다시 기억한다는 말은 남도일이 코난이 되어 초등학생을 다시 지낸다는 말과 같습니다. 얼마나 지루해요.






블랙 던 4 : 헬 하운드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저는 [블랙 던4]의 성격과 가치를 쉽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거 아시죠? (흔들흔들) 이거요, 이거 알아보시겠습니까. 팔콤 팬 여러분. (흔들흔들) 이스 온라인이죠? 안 그래요? (흔들흔들)

저 스샷을 보시면 아실 겁니다. 그냥 던전마스터 아류로 변했습니다. 쉽게 말해서, 자기 개성이 있는데 저게 유행하고 수요가 있다고 그걸로 방향을 틀어버린 겁니다. 그리고 레벨디자인도 4인 파티 던전RPG류에서 잘 쓰는 것을 택했습니다. 그 결과, 블랙 던이 가지고 있던 액션성과 쾌적함이 온전히 상실되었습니다.

그러니까... ABC를 깨우치고 문법 이해력이 높아서, 영문학과 졸업한 사람이 갑자기 공업을 배운대요. 공업이 취직이 잘 된다고. 근데 문과가 어떻게 공과 밑으로 들어갑니까. 그 말은 모든 인간이 완벽하다는 말인데, 다들 국면적으로 저렴한 구석이 있잖아요. 모두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못하는 일이 있습니다.

이것은 회사다니던 친구가 갑자기 회사 상사 엿같아서 때려치고 장사나 할래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장사를 열심히 하면 장사가 잘 될 줄 알고요. 아니야. 아니야, 씨발. 그만 둬. 그건 인생과 돈을 낭비하는 길입니다. 장사는 장사꾼이 해야 합니다. 장사는 잘하는 사람, 기질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그냥 좆망합니다. 그리고 기질있는 사람들은 이미 장사꾼이 되어있지 회사를 가진 않았어요. 심지어 회사일을 하더라도 장사꾼 기질을 발휘해서 사내에서 간부급 승진을 하고도 남았겠지요. 그러니까 하지 말라면 하지 마세요. 확실하지 않으면 걸지 말라는 말 모릅니까? 손 모가지 날아가 붕께.

아무튼, 아무튼. 위의 이스온라인 괜히 언급한 게 아니에요. 테이스트를 잘못 이해하면 저런 게 나온다는 겁니다. 실제로, 본 게임도 게임의 완성도가 높으면 모르겠는데 블랙던의 장점은 다 버렸고, 던전마스터류의 RPG로서도 포지션이 좀 애매한 작품이 탄생해버렸어요.

인터페이스부터 던전마스터류의 게임에 이해력이 낮은 것을 보여줍니다. 보통 던전마스터 아류작들은 한쪽에 공격버튼을 몰아넣습니다. 그럼 4인 전대가 한꺼번에, 빠르게 공격을 할 수 있거든요. 애초에 마우스를 많이 이동하기 때문에 던전마스터류의 게임은 단시간 내에 피로감이 상당합니다. 또한 RPG 게임은 특성상 한번 시작하면 몰입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죠. 따라서 버튼을 다닥다닥 붙여서 피로감을 최대한 감소시켰습니다. 혹은 공격 단축키를 따로 마련하던가요. 하지만 본 작품의 스샷을 보세요. 버튼이 멈니다. 각자의 캐릭터 컨트롤을 하기 위해서는 움직이는 마우스의 범위가 상당히 큽니다. 따라서 전투 2~3번하면 손목이 안 타노시합니다. 당장 그만두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전방후방의 개념이 없어요. 던전마스터류의 게임에서 전방후방의 개념은 중요한데 말이죠. 근데 그게 없다고. 그게 없어. 물론 마이트앤매직 시리즈도 전방후방 개념이 없습니다만, 그래도 어그로의 개념은 있죠. 어그로가 체력 저급한 마법사나 사제에게 걸리기 쉽긴 해도 그래도 단축키로 캐릭터 간의 명령 수행이 수월하니까 방어 부족한 캐릭터에게 빠르게 버프거는 게 가능하잖아. 근데 이건 그게 안돼.

그러니까 던전마스터 아류로서도 포지션이 애매하다는 거죠. 그럴 바에 본인이 잘하던 걸 다듬기나 하거나, 아니면 전작을 최종으로 다른 작품을 만드는 게 나았을 텐데...









던 리믹스




그래서 리부트를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신차리고 원작의 게임성으로 회귀했어요. 3편처럼 캐릭터 선택이 가능하지만, 어쨌거나 1인 주인공을 움직이는 것으로 초기 블랙던의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작비가 부족해서인지 4편의 그래픽을 리핑하거나 조금만 바꾼 듯한 그래픽이 보입니다. 특히 캐릭터 얼굴이...

SF가 잘 안 먹혔던 건지, 4편부터 판타지 분위기를 뒤섞었는데 이번 던 리믹스에서는 이미지가 더 애매해졌습니다. 배경만 보면 악마 나올 법한 중세판타지인데 정작 주인공이 쏘는 무기는 레이저 라이플이야. 위화감 쩝니다.

그리고 지금 저 스샷 보이는 총천연색의 저게 뭘까요? 문입니다, 문. 4편에서도 난해한 뭔가가 상당히 있었는데, 여기서는 더 난해해졌습니다. 어떤 건 전혀 가늠이 안 가서 공략이 필요한데 아무도 이 게임의 공략법을 몰라요! 데이터베이스로 존재하는 건 아는데 공략법은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2레벨의 투명배리어를 여는 방법을 모르겠더라고요.

그리고 재미난 게, 4편에서 잠잠한 듯 했던 컨트롤이슈가 다시 부활했다는 겁니다. 리믹스라더니, 버그가 2~3편 때보다 더 활기차게 돌아왔어요. CPU퍼포먼스를 내려도 2번 눌리켜는 문제가 상당히 많이 발생합니다.










...

이 모든 건 7년 사이에 일어난 일입니다.

곧 출시될 블랙 던 리버스가 SF그래픽에 1인 캐릭터로 회귀하는 이유가 있어요. 4편과 던 리버스가 대중적인 시도로 노선을 바꾸려 했지만 결국 완성도가 이상한 게임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본래 노선의 장점을 파악해 그 장점을 발전시키는 방향대로 갔다면, 블랙 던2 만큼의 지금도 이야기해볼 만한 작품이 나올 수 있었을 거에요. 그리고 독특하기도 했고요. 실제로, 블랙 던2~3 정도의 좋은 그래픽과 특유의 게임성을 가진 게임은 없었습니다. 이 음울하고 소름끼치는 SF 분위기는 당시대 그래픽 좋던 아미가 게임 중에서도 탑급이에요.

지금 알고 있는 사람이 드물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 회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게임입니다. 왜냐하면 아미가 게임중에는 그래픽만 좋지 깊이가 없는 게임들이 많았거든요. 허나 저 두 작품은 그래픽과 연출도 좋지만 깊이도 있습니다. 지금 재발견되면 리메이크해도 좋을 수준의 게임이에요. 액션 포인트만 잘 잡으면 지금에서도 통할 만한 게임이에요. 하지만 그 이후에 다르게 만들어보겠다고 한 게...

참 묘하죠. 이런 문제가 어색하지 않아 보이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낯설지가 않아요. 설레고 있죠. 팬의 마음을 짓이겨 놓은 그대-들이 만든 그 좆같은 작품들 말입니다. 양산형으로 변질되던 유명 공포영화 시리즈든, 아니면 툼레이더 어둠의 천사든... 어스웜짐3D라던가.

그렇다고 본질만 붙잡자니, 그 작품은 남루해집니다. 본질에서 다 뽑아먹은 단물 더 쪽쪽 빨아먹으려고 공무원 일하듯 만든 작품이 되니까요. 더이상 뽑아낼 것도 없고 새로울 것도 없어요. 그렇다고 안 만들면 쪼달리고.

이렇게 놓고보니 공포영화 프랜차이즈의 역사 같잖아요? 1편에서 가능성 보였던 작품이 2편으로 대성하고 3편에서 성숙해지다 이후 시리즈 다 말아먹고 리부트를 했는데 반응은 영 심심함. 그리고 오랜 이후에, 또 리부트된 신작이 나오게 되는 겁니다.

리마스터만 안 했네요, 그러고보니.




아무튼 블랙던2와 3는 정말 해봐야 하는 게임 급에 듭니다.
그 밖에 블랙던 시리즈 게임을 하는 건 시간낭비에요.
그 놈의 고질적인 버그만 아니라면 진짜 좋았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