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가세턴 게임들 1 - 마리아, 문크래들, 호러투어, 아스트랄 └ ADV/퍼즐



본래대로라면, 문서를 따로 개설해야 하지만, 그다지 따로 문서를 개설해야 할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게임은 아니라서 한 페이지에 우겨 넣었습니다.












1. 마리아
이 게임의 본디 장르는 비주얼노벨인데, 효과적인 스토리텔링을 위해 FMV기술과 어드벤쳐 스테이지를 집어넣었습니다. 근데 보통, 이럴 경우엔 게임이 매우 조잡해지는 게 사실입니다. 이종교배라는 개념 자체가 겉으로 보기엔 상당히 조잡해보이잖아요. 실제로 어떤 게임은 영화 플라이에 나온 파리박사마냥 조악해서 하는 이로 하여금 경악하게 만드는 게임이 탄생하기도 하고. 암튼 장르섞기는 잘 안 하는 게 좋습니다. 허나, 마리아는 본인이 어디서 장르를 위반해야 효과적일 지를 잘 아는 편입니다. 본디 장르를 위반하지 않기 위해서 많이 쓰지도 않았고요.

주인공이 탐정마냥 수색을 해야 하는 부분에서 어드벤쳐 파트가 들어가는데, 거기서 히로인의 치명적 비밀을 알아내게 됩니다. 여기서 어드벤쳐 파트가 들어간 이유는 당연하죠. 비밀은 주인공이 캐는 것보다 유저가 직접 비밀을 찾는 게 훨씬 흥미진진하니까요. 그냥 여기저기 들쑤시다 보면 찾게 되는 거라 난이도도 크게 어렵지 않고. 파트가 길지 않아서 왜 이런 데 시간낭비해야 하나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노벨을 읽다 나오는 부분이라 신랄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스토리는 일어라서 알 수는 없습니다. 근데 일어를 몰라도 되요. 왜냐하면 스토리의 떡밥을 하나하나 쌓아나가는 비주얼 노벨 파트가 끝나면 그 에피소드의 끝에 FMV 영상을 집어넣어 설명을 해주거든요. 이게 상당히 노골적이라서 FMV 영상만 봐도 스토리가 이해갑니다. 치명적인 비밀을 가지고 있는 여자와 그녀와 가까워지고 파헤치며 금단의 비밀을 알게되는 남자의 이야기. 왠지 어디서 많이 본 스토리이기도 하고요. 좋았던 점은, 그 FMV가 정적인 비주얼노벨의 분위기를 꺤다는 겁니다. 허나, 위의 어드벤쳐 파트처럼 흥미로운 위반을 시도합니다. FMV가 오히려 극의 역동성을 담당하거든요. 정적인 노벨 분위기가 미스터리하게 유저를 감싸면, FMV는 미스터리를 깹니다. 허나, 깨버린 미스터리만큼의 커다란 극적 효과를 반환합니다. 제 생각에 이 방법론은 예산이 넘친다면, 굉장히 효과적인 방법 같습니다. 에피소드의 포텐을 쳐 올려야 할 부분에다 역동적인 영상을 집어넣는거요. 예산이 넘친다면 해볼만 할 것 같습니다.

여담으로 중반에 원초적본능 오마주한 장면있습니다.
근데 3D 캐릭터로 이 씬을 보자니 그게 참... 오묘해요.










2. 호러투어 (제다스 : 세울의 하수인)
약간 D의 식탁같은 게임인데, 그만큼 아스트랄하고 연출이 화려하진 않습니다. 어드벤쳐지만 이동방식이 1인칭던전크롤 느낌이 나기도 하고요. 퍼즐을 풀며 나아가는 게임인데, 중반 이후부터 미로같은 던전이 나옵니다. 그리고 SM적 요소도 은근히 등장하고, 그 당시 조악한 그래픽이지만 섹시한 여성 캐릭터도 등장하죠. 적들이 불쑥 튀어나오는 건 나름 점프스케어 요소라고 넣은 것인 듯 합니다.

공포게임이라기 보다는 음산한 분위기를 주려하는 어드벤쳐 같아 보이는데, 워낙 조악해서, 무섭다기 보다는 뭔가 뒤틀린 느낌을 더 주는 것 같습니다. 그것도 나름의 스타일이라면 그렇게 볼 수 있겠지만... 흠.

옛날 영상관련 어드벤쳐 게임은 위와 같았는데, 말하자면, 영상 크기를 줄이려는 꼼수였습니다. 영상의 화면크기가 클 수록 요구되는 용량이 커지니 한 CD에 많은 걸 담기가 어려운데, 그렇다고 해서 영상을 줄이자니 작은 영상에 대한 비판이 나올 수도 있죠. 그러니 인벤토리와 UI를 화면의 60를 차지하게 만들고, 그 나머지 40퍼센트 화면에 영상을 출력하는 방식을 썼습니다. 어떻게 보면 아이디어지만, 어떻게 보면 변명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3. 문 크래들
사립탐정 소재의 어드벤쳐. FMV 어드벤쳐라 어드벤쳐 요소가 크게 복잡하진 않습니다. 주변인물과 대화하고 뭔가 확인해서 게임에 진척을 내고 그 정도의 난이도. 스토리도 직선적입니다. 허나 세부적인 상황은 변화시킬 수 있어요. 대화 중 어느 것의 화두를 먼저 던질 거냐의 정도.

일단 위의 스샷보시고 오해하실 수 있는데, 주인공이 야쿠자나 사채업자가 아닙니다! 사립탐정이에요. 얼굴이 저래도 여자를 소중히 다루고 나름 선을 지키려 노력하는 사립탐정입니다(...)



그리고 느와르도 아닙니다. 엄밀히 말하자면요. 느와르가 범죄를 다룬 장르라고 치니까 하는 말입니다. 것보단 B급 SF 스릴러에 가깝습니다. 초반의 미스터리한 추적극이 끝나면 반전과 함께 게임의 분위기가 흑막을 막기위해 방법을 찾는 B급 SF 스릴러로 탈변합니다. 근데 또 그게 유연하게 느껴져요. 왜냐하면 본 게임 영상(FMV)의 퀄리티나 연출, 화법스타일이 일본의 TV단편드라마같거든요. 제가 케이블이나 아니면 인터넷에서 일본의 TV단편드라마를 본 적 있는데, 걔네는 의외로 많은 장르적 시도를 하는 편이라서 소재를 이상하게 뒤섞어도 그러려니 하고 보게 되는 뭔가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런 그러려니 아래 장르를 섞은 거죠.

그런 특유 분위기 좋아하신다면 만족하실 겁니다. 수색파트는 쿼터뷰 어드벤쳐로 처리해서 리소스를 줄였는데, 역시 크게 거슬리는 부분은 아닙니다.








4. 아스트랄
사이드 스크롤 액션. 플랫포밍보다는 주먹질로 적들 깨부수며 나아가는 액션에 치중되어 있습니다. 독특하게도, 배경이 수정이고 적들이 수정입니다. 이쯤되면 제목을 수정왕국이라던가 수정전기, 크리스탈 드래곤으로 제목을 수정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수정하지 않은 게 의아합니다. 제 생각인데, 아마도 제작진은 가제를 그대로 기입했을 가능성이 놓습니다. 이것저것 수정하다가 수정을 그리게 되면서 수정을 넣을 것을 결심했지만 수정을 넣은 제목으로 수정하도록 문서를 수리하지 못한 것이죠. 그래서 수정으로 제목을 수정하지 못하고 수정은 제목이 되지 못한 겁니다.

주인공이 수정펀치를 날려 반수정이었던 적들을 수정을 바꿔 파괴시키는 게 주된 컨텐츠입니다. 마왕타락한 초사이언 소닉에 의해 여친을 뺏기고 저 밑바닥에 떨어졌다 언체인드한 주인공너클즈가 분노의 추격을 하는 스토리인데, 여기서 아마 그 여친 이름은 수정일 겁니다. 적들이 수정이라서 그런지 수정을 파괴하는 게 주가 되는데, 수정을 파괴하는 게 아니라 먹어야 맞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보통 이런 류의 게임의 경우, 수정은 점수 올려주는 아이템이었으니까요. 허나 주인공은 수정을 파괴합니다. 시궁창인 우리의 현실에서는 희귀한 수정이 값비싼 아이템이지만 여기는 도처에 깔렸으니 별 소중함을 못 느끼는 거겠죠. 그 파괴한 수정의 일부만 화면밖으로 나와도 나는 먹고 살기가 한결 나아졌을 텐데 말입니다. 허나 주인공은 자본주의 좆까라며 수정을 파괴하죠. 이런 빨갱이 게임을 봤나.

시덥잖은 말장난 그만두고 게임 자체는 양호합니다. 문제는, 너무 양호해서 그렇죠. 게임 자체는 점수 높이기 전략을 펼치는 액션보다는 주인공의 여정을 그리는 스토리 텔링에 치중되어 있습니다. 허나, 컷신은 많지 않습니다. 일단 게임 도중에 튀어나와서 게임의 흥을 깨는 정도는 아닙니다. 수정은 깨지만 흥은 깨지지 않습니다. 디오니소스가 이 게임을 좋아합니다.

여기서, 일부 연출은 괄목할 만합니다. 세가 새턴의 연출방식이 주로 3D공간에 2D 스프라이트를 둬서 공간감있는 연출을 내는 방식인데, 여기에 스프라이트 교체 연출까지 둬서 화면의 시야각을 변화시키는 연출도 넣었습니다. 이를 통해, 2D 사이드 스크롤이 가지고 있는 고정된 느낌을 깨고 공간감이 더해진 입체적인 화면을 선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