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97) └ ADV/퍼즐





세가 세턴으로 나온 어드벤쳐 게임.







겉으로는 90년대 중후기에 나온 영상과 연출 위주의 시네마틱 어드벤쳐 게임들과 다를 것 없어 보입니다. 그러니까 비주얼 노벨처럼 텍스트로 모든 이야기를 전달하거나, 혹은 영상으로 모든 이야기를 전달하고, 스토리텔링에만 치중하느라 게임플레이 할 부분들이 많이 삭제된 게임 말입니다.

허나, 의외로 바이러스는 방대한 분량과 연출만큼 어드벤쳐와 플레이 요소도 그만큼 많은 편입니다. FMV를 주력으로 쓴 게임 중에서는 게임플레이 구간이 가장 많지 않나 싶을 정도로.















게임은 조사 파트와 이동 파트로 나뉩니다. 조사 파트에서는 방향키만 누르면 커서가 중요 지점에 자동으로 가기 때문에 픽셀헌팅요소는 없습니다. 대화를 하거나 아이템을 적당한 NPC에게 가져다 주는 우편배달부식 플레이가 중점이 됩니다. 게임을 해결할 수록, 유저가 이동할 수 있는 공간이 방대해지고, 갔던 곳도 다시 가야하는 상황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따라서 떡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구석구석 헤매게 되는 게임인 셈입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요. NPC에게 전화를 해서 부탁을 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맵 이동시에 랜덤인카운터가 발생합니다. 즉, 전투 요소가 있습니다. 전투요소는 커서를 조준점 삼아 움직여서 액션 키를 눌러 적을 공격하는 방식입니다. 공격하면 AP가 닳고, 어떤 적은 방어도 하기 때문에 공격 타이밍과 완급조절, 아이템 사용의 적절함에 따라 승부가 갈리게 됩니다.

연출은 본 게임의 꽃입니다. FMV로 3D렌더 그래픽과 재패니메이션 그래픽과 실제 3D 공간이 뒤섞인 무척 다채로운 연출을 선보이기 때문입니다. 이게 자칫 산만할 수 있겠으나, 모든 그래픽 부분들이 서로 튼튼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쓴 이유는 다채롭게 보이기 위함 뿐 아닙니다. 각 요소들은 게임의 용량과 가용되는 리소스를 줄이기 위한 꼼수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실제 3D 공간이 바로 그것. FMV로 미궁을 표현하려면 정말 많은 프레임의 이미지들이나 영상이 필요합니다. 허나, 3D 공간은 그게 필요 없죠. 그냥 폴리곤 2장으로 만든 바닥과 벽만 그려내면 됩니다. 동시에, 게임에서는 가상현실 (과 레트로 퓨쳐리즘) 이라는 컨셉 카드를 들어 3D 공간의 단순한 그래픽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합니다.




*뉴로맨서에 대한 오마주





재패니메이션 요소는 모든 순간에 쓰이지 않고, 게임 플레이 하다가 중요한 떡밥이 풀릴 때 그 포텐을 쳐 올리기 위한 적재적소에 사용되었습니다. 동시에, 주제가 너무 무거울 수 있는 부분을 재패니메이션이 완화시켜주기도 합니다. 내용이 무거울 수 있고, SF이기 때문에 거부감들 수 있는 것들을 재패니메이션에서 써먹는 개그들과 열정, 로망으로 완충을 시켜주거든요. 게임 내에서 여주인공이 츳코미 개그를 치고, 슈르한 개그가 튀어나오고, 황당하게 열정적인 캐릭터가 등장하고, 주인공이 특촬물처럼 변신해도 작품의 분위기가 튀지 않습니다. 이런 부분들이 재패니메이션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재패니메이션 특유의 분위기로 이해하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작품 분위기는 지나치게 어둡지도 밝지도 않은 어딘가에 위치하게 됩니다. 애매한 곳은 아니고 개성있는 지점에 있다고 해야겠네요.

게임 자체는... 이런 류의 게임이 상당히 많이 나왔죠. 그렇기에 게임 자체면으로는 특색있어 보이진 않습니다. 하지만 [바이러스]에서는 90년대 재패니메이션 그래픽으로 재현된 SF 사이버펑크의 최전방이자 극한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있습니다. 그것이 [바이러스]의 강점입니다. 단순 재패니메이션 스타일이 아니라 비주얼노벨 장르로 이야기를 진행시키기도 하지만, 그 와중에 배경에 움직이는 스프라이트를 많이 배치하거나, 캐릭터 스프라이트에 애니메이션을 줘서 생동감을 주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요약하자면, 세기말의 장인정신이 기록된 작품이라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 취향은 아니라서 신경질(...)나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건 제 취향이 아니라서 그런 거지, 게임 자체는 재발굴될 만한 퀄리티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덧글

  • Merkyzedek 2019/06/07 13:32 #

    이전에 이런 방식으로 3X3아이즈 게임을 하던게 생각납니다. 윈도우 3.1용으로 구동하다가 윈도우 95로 바뀌고 바로 못하게 됐지만요. ㅎㅎ
  • 로그온티어 2019/06/07 13:51 #

    3X3아이즈가 이런 방식이었군요...
  • 키세리안 2019/06/07 15:42 #

    뭔가 스토리는 탄탄할거 같은 작화네요...
  • 로그온티어 2019/06/08 03:01 #

    근데 제가 일어를 못해서 세밀하게 보질 못했습니다
    언젠가 일어를 진짜로 배워야 할 듯 (...)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