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ustrial SPY - Operation Espionage └ ADV/퍼즐





[Industrial SPY - Operation Espionage]는 팀 하이스트 게임입니다. 허나 하이스트에서 중시되는 잠입은 옵션이에요. 방식은 [The pl3n]과 같으면서 다릅니다. [The pl3n]과 다른 점이라면, [The pl3n]은 캐릭터를 교대로 움직여가며 플레이한다는 거고, 이건 캐릭터에게 명령을 내리는 형식으로 플레이한다는 게 다른 점이겠죠.

그리고 괜찮지 않아요.

유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캐릭터들을 촬영한 CCTV영상을 바꾸면서 캐릭터들을 관찰하고 어디로 움직이게 하거나 할 수 있는 기능을 수행시키는 게 다입니다. 캐릭터를 단독으로 조종할수는 없어요. [익스페리먼트112]나 [데드너츠]가 떠오르네요. 아무튼 [데드너츠]는 안 해봤지만 그만한 장점을 지닌 게임은 아닐 겁니다. 걔는 호평이 좋고 얘는 아니니까요.

이런 작전 지시 게임이라면 목표하는 바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유저가 '잘 빠진' 섹시한 작전을 짜기 위해 야리코미를 하는 게 디자인 최우선 목표가 될 겁니다. 다양한 패널티 요소를 넣고, 가능한 패널티를 줄일 작전을 짜서 게임을 깨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겁니다.

그걸 위해서는 유저는 부딫혀가며 맵을 통달해야 합니다. 맵을 통달하고 최우선 루트를 찾아나서야 하죠. 최우선 루트를 찾았다면 시행에 옮겨야 겠죠. 실시간으로 작전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 타임테이블이나 순차를 문서에 써둡니다. 그리고 게임을 실행하면, 타임테이블 대로 캐릭터들을 하나씩 움직이는 거죠.

변수는 크게 없습니다. 그 말은 즉슨, 게임을 플레이하다보면 최우선 루트가 생긴다는 말이고, 그 말은 즉슨 답은 정해져 있고 정답을 맞추는 게임이 된다는 말이 되겠죠.

그래서 '전략'보다는 '전략'같아보이는 어드벤쳐로 보는 게 맞습니다.

문제는 야리코미를 해야하는데 가이드라인은 엉성하며, 맵은 지나치게 넓은데 캐릭터들의 이동은 느립니다. 시간을 쓸데없이 잡아먹고 그 동안에 할 일없이 맵을 수색하고 있자니, 짐짓 지루해집니다.

가이드라인부터 얘기해보죠. 게임 인터페이스 자체는 직관적이나, 레벨의 특성을 표시하는 것이 부족합니다. 어떤 지역에 문이 3개 있다면 문1, 문2, 문3 이런 식으로 표시해놨거든요. 저 문 3개가 잠겨있다고 치고, 저 중에 다른 지역을 통하는 문의 잠금장치를 열라고 한다면 당장 봤을 때 어떤 문을 열어야 할 지 알 길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작진을 만나면 총을 머리에 겨누고 이렇게 말할 겁니다. 10초 안에 맞춰봐. 우리 집에 방이 3개 있어. 방1, 방2, 방3. 그 중에 내 방은 어느 것일까? 맞출 수 있을 리가 있잖습니까. 그래서 게이머는 무턱대고 하나하나 건드려보고 지도도 보고 지역간의 연결고리도 봅니다. 파악하는 데 매우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그렇게 맵을 숙달하면, 이번에는 게임 내 이벤트가 일어납니다. 하하 A지점에 목표가 있는 줄 알았지? 아니야! 라고 말하며 목표가 다른 곳으로 갔음을 알립니다. 그럼 목표는 어디에 있나요? 라고 게이머가 디자이너에게 물으면, 디자이너는 말합니다. 그걸 찾는 게 네 즐거움이자, 네가 이 게임을 산 이유 아니겠느냐! 게이머가 힌트를 바라자 디자이너는 수화기를 끊습니다. 별 대수롭지 않게요.

그럼 맵을 수색해야겠죠. 그래서 캐릭터를 움직여가며 맵을 수색합니다. 근데 캐릭터들이 느려요. 바이오 하자드 생각하면 되는데, 맵 하나가 바이오 하자드의 저택 2배 수중입니다. 그 공간을 그 느릿한 움직임으로 돌아다니는 거에요. 게이머는 10분이 흐르고 20분이 흐를 동안 계속 이동하는 걸 지켜보며 하나하나 수색해야 합니다.

그거 아실지 모르겠는데, 고행이 과도하면 성취는 성취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인생의 낭비로 느껴지죠. 만일 1~2시간을 돌다 아주 희귀한 다이아몬드 하나를 찾았다면 그건 성취라고 볼 수 있을 지 모릅니다. 허나 1~2시간을 돌다 고작 단서 하나 찾았다면 그건 성취가 아닙니다. 낭비죠. 그리고 게임 자체는 그런 낭비를 유도합니다.

게임에서 유저가 게임의 정서에 동화될 시간을 가지도록 묶어놓는 시간의 감옥요소는 중요하지만, 시간의 감옥요소를 지나치게 써먹으면 유저는 게임 플레이 자체를 낭비로 여기게 될 겁니다. 생각해보세요. 뭐 한 거 없고, 뭐 대단한 거 하는 것도 아닌 걸 오랫동안 하고 있다면? 그러니까 삽질을 수시간동안 하고 있으면 짐짓 의문이 드는 거죠. 왜 이런 걸 해야 하나?

만일 그런 생각이 든다면 안 해도 됩니다. 그 게임을 버리거나 환불하고 밖에 나가 맑은 공기를 마시거나 술 한잔 들이키며 TV시정을 하세요. 어떤 디자이너는 그러더라고요. 우리는 좆빠지게 게임 만드는 데 유저가 하는 짓은 우리를 정의하고 비난하는 것 뿐이라고. 글쎄요. 저는 그게 비난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살면서, 오랫동안 게임을 만들거나 해보면서 느낀 건, 결국 그냥 노력해서 좋을 건 없단 겁니다. 방향성 있게 노력했어야죠. 어떻게 하면 더 스릴있을까, 더 깊은 인상을 줄 수 있을까를 연구하고 고민해야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그게 아니라면 비난받는 게 맞는 겁니다. 디자이너는 알아야 해요. 당신들의 시야에 따라 유저는 자신의 소중한 삶의 시간과 돈을 낭비하고 있기 때문에, 수분 수초를 흥미롭게 디자인하는 게 당신들 일이라고요.

그런 고민을 해보며 만들어보지 않은 디자이너들은 반발할 자격이 없어요. 다들 죽어가는 시간 붙잡으며 살면서 남의 시간과 돈 소중한 걸 모르는 겁니다. 그러니 노가다와 기다림만이 생명인 게임이나 양산되는 거죠.

암튼,
[Industrial SPY - Operation Espionage]는 실험적이나 진지한 고민이 녹아난 작품은 아닙니다.

캐릭터 성장기능이 있으나 대체로 다 육성되어 있기 때문에 (주 기능에 대한 건 다 가지고 있습니다.) 그닥 중요하게 느껴지는 부분은 아닙니다. 보통은, 모두 적당히 기능이 올라가 있지만 마스터한 수준은 아니게 둘 텐데... 이 점이 희한합니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요구되는 기능이 점점 높아지고, 이에 반해서 각자의 기능을 올리는 방식으로 성장과 레벨 공략의 로드맵을 짜는 게 일반적인데 시작부터 마스터한 캐릭터를 던져주다니요.














PS1.
도둑질하는 게임이라고 한다면 다들 [씨프]를 떠올릴 거에요. 계획을 짜고 가는 팀플레이 잠입전략 게임을 생각한다면 [모나크]를 떠올리시는 분 있을 거에요. 턴제로 간다면 [인비지블INC]가 있죠.

혹은 인디쪽으로 가면 [프로즌 시냅스]거나, 대중적으로 가면 [레인보우 식스]나 [스왓] 시리즈를 떠올리시겠죠. 팀플레이 잠입전략을 떠올리셨다면, 좀 더 아는 사람들이라면 [The pl3n]이란 게임을 떠올리셨을 거에요. [미션임파서블] 게임 시리즈가 007 따라할 때, (정확히는 이단 헌트가 다 해먹는) 원조 [미션임파서블]의 분위기를 재현한 게임이 바로 [The pl3n]이었죠, 그러고 보니.

허나 원조 잠입전략게임을 생각한다면 사실 도스시절까지 내려가야 해요. 잠입 액션이 아니라요. 잠입 액션은 [캐슬 울펜슈타인]이지만, 제 말은 잠입 전략 게임을 말하는 겁니다. 진짜 하이스트 장르처럼 작전을 짜고 시행하는 그런 류의 게임말입니다. 그 이름이 [더 클루!] 인데 잘못하면 [클루!] 보드 게임과 헷갈리기 휩상인 이름의 게임이죠. 다른 게임입니다. [클루!]는 추리게임이고 [더 클루!]는 도둑질 게임이에요. 홈즈와 루팡의 차이라면 이해하시려나요. 이 게임의 특징은 작전을 미리 짠다는 겁니다. 그리고 시행하는 걸 지켜보죠. 레인보우식스에서 작전 짜서 돌려보고 작전결과를 지켜보는 것과 비슷한 플레이 방식을 지니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레벨은 계속 랜덤한 일이 일어나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변수를 계산해서 작전을 짜는 게 특징인 게임입니다. 후속작은 [스팅!].

한편으로 [더 클루!]는 락스타 빈에서 만들었는데, 아시다시피 그 회사는 락스타 게임즈가 되고 범죄게임제작의 대가가 되어 게이머들의 돈을 합법적으로 갈취하는 회사로 등극하게 됩니다.











PS2.
타이틀 화면에서 Industrial SPY를 줄여서 I SPY라고 표시해놨는데, 저거 상표명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북미에 출시한 건지 모르겠네요. I SPY라고 보드게임이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