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에 대한 이야기 └ 일상의발견



제가 어릴 적에... 정확히는 나이가 한 자리 수일 적에, 제가 살던 집에는 책이 꽤 많았습니다 과학책, 동화책, 건강관련 서적들이 많았습니다. 집에 부모님이 안 계실 때는 책을 주로 읽곤 했죠. 동식물에 대한 책부터, 인체에 대한 책부터, 분자니 원자니, 미시세계, 우주, 중력, 물리, 인간의 뇌의 능력에 대한 책까지... 모두 이해하고 봤냐고요? 아뇨. 6~7살 짜리가 상대성 이론을 온전히 이해하면 그건 미친거죠. 30%정도만 이해했습니다. 대충 분자가 어떻게 생겨먹고 어떻게 움직이는 지, 우주의 구조만 대충 이해했어요.

한편으로 책을 읽으며 저는 항상, 남자에 집중했어요. 남자 삽화가 나오면 항상 그걸 흥미롭게 보곤 했죠. 인체에 관한 서적에는 남자의 몸이 나오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걸 흥미롭게 보곤 했습니다. 아니 늘 그 페이지가 나오면 뚫어져라 봤어요. 흥미의 범주를 넘어서는 거였습니다. 그걸 보면 기분이 좋았어요. 그게 성적인 기분이라는 건 오랜 후에야 알았습니다. 말하지만, 2차 성징 이전의 어린 아이들도 성적인 호기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분도 가지고 있고요. 그렇기에 지금 기억을 되새겨볼 떄, 그 가슴떨림을 심상찮게 느끼는 겁니다.

물론 사람은 지금의 자기 정당화나 이해수준에 따라 과거 기억이나 기억에 대한 감정을 왜곡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 감정을 빼고 보는 게 정확하겠죠. 가물가물하지 않고 명확한 기억을 되새겨봐도, 남아 캐릭터든, 남자 짤이든, 그것들을 유심히 바라보곤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관심이 꽤나 깊었단 말이겠죠.

TV 애니메이션을 볼 때, 여아용 애니메이션이든 남아용 애니메이션이든 가리지 않고 봤습니다. 영상물은 모두 좋아했거든요. 세일러문이나 천사소녀네티도 봤고 꾸러기 수비대였던가... 축구하는 것도 재밌게 봤고. 사랑의 학교도 봤고. 여기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있고, 가장 제 호응을 크게 이끌었던 장면이 있었습니다. 주로 남캐가 당하는(?) 거였습니다. 정신개조를 당하거나, 아니면 신체개조를 당하거나, 고문 당하거나, 악당에게 밟히는 거? 잡히거나 ... 기타 등등(...) 묶어놓고 채찍질하는 고문씬에서 제가 부끄러워 하면 부모님이 왜 그러는 거냐라고 묻곤 했어요. 당시엔 아무것도 몰라서 대답할 수가 없었죠. 그냥 그게 수치스러운데 묘하게 보게 되는 게 있었습니다.

당시 아픈 건 싫어했지만, 갑갑한 걸 좋아하곤 했습니다. 숨막히고 갑갑하고 그런 거요. 그래서 여름날에도 이불 속에 들어가고 동여매기도 했습니다. 그게 SM플레이 중에 있는데, 바로 sleepsack플레이였던가 아마도 그럴거에요.

남자 애들과 놀게 되면 뒹굴게 놀게 되곤 합니다. 만일 지나치게 짖궃게 굴게 되면 덮쳐지기도 하는게 남자애들이 노는 거죠. 저는 늘 덮쳐지는 입장이었어요. 저는 그래서 그냥 엎어놓고 패는 게 아니라 장난으로 덮치면 즐기는 편이었습니다. 친구가 어느날 귀엽게 보인다던가, 사랑스러워 보일 때도 그냥 우정이 깊어서 그러려니 했습니다.

지금의 저는 약간의 마조히즘을 가지고 있고, 슬레이브 성향을 가지고 있고, 게이 성향을 가지고 있음을 확신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게 실질적으로 야동을 보기 전의 일입니다. 야동이 저를 바꾼 건 아닐 가능성이 높단 이야기입니다. 즉, 저는 마조히즘과 슬레이브와 게이 기질이 있었는데, 살면서 그것이 확대된 듯 합니다. 즉... 내추럴 본인 겁니다. 그것밖에는 이 모든 현상들을 쉬이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처음에는 쾌락때문에 이렇게 된 건가 생각도 해봤습니다. 근데 쾌락에 의한 것도 아닙니다. 오랜 후에 대학에 가서 휴학낸 그 텀에 여러 사람을 만나보고 엉덩이에 꽂아본 적이 있지만, 뭔가 엄청난 게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맹세컨데 뿅간다느니 동인지 그딴 건 거짓말입니다. 그런 사람이 있겠지만, 아닌 사람도 있어요. 저는 것보다 그냥 프롯을 좋아합니다. 뭔가 엉덩이에 뭐가 들어가면 느껴져서 좋아하는, 그런 쾌락에 의한 건 아닌 거죠.

수 년을, '왜 그런 가'와 '되돌릴 방법은 있는가'를 고민하며 살았습니다. 왜냐하면 전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었거든요. 그냥 뻔한 삶이 좋았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어요. 안정적인 삶을 원했지만, 그러질 못했거든요. 가족사나 일련의 사건들에 휘말려서 이상한 경험들만 해버렸어요. 죽음을 넘나들거나 아버지를 잃거나, 협박에 시달리거나. 친구들이나 다른 아이들과 놀면 늘 느껴지는 그런 온화적인 집안의 분위기란 제겐 없었거든요. 그런 삶을 못 살았기에, 그런 삶을 점점 갈구하게 되었어요. 평범하게 좋은 직장을 다니고 여자를 만나 가정을 이루고 아기를 낳는... 그럼 평범한 삶에 대한 열망이 있었는데 내가 남자를 좋아해버리면 그런 건 다 물거품이잖습니까.

어느날은 이런 생각도 해봤어요. 뇌를 어떻게 개조하는 겁니다. 칩을 박던지 손상을 일으키던지, 어떻게든 고쳐서, 지금의 나와는 달라지는 거죠. 다른 사람이 되는 겁니다. 하지만 현대과학으로 그럴 수 있을 리가 없죠. 그래서 스스로에 대한 불만이 많아졌고, 정신분석 테스트나 상담을 받으면 늘 자신이 없거나 불안정하다는 평을 받아왔습니다. 대학 다닐 적엔, 분열증 기질이 있다고 해서 즉각 대학 내 상담실에 가서 정신상담을 받기도 했습니다. 우울증과 공황이 오기도 했고요.

이후에 게이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며 많은 이들과 대화해봤습니다. 크루징의 목적이 아니었어요.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 지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메신저로 대화했죠. 제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면, 모두 공감하고, 타인이 이야기를 꺼내면 제가 공감하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연애나 관계보단 지나치게 외모나 꼐임에만 몰두하는 게이들에 대한 불만도 있었습니다. 단순 외모 좋은 사람과 꼐임을 하고 싶어서 만나는 건 아닌데 말이죠.

제 경우, 성격이 좋으면 절로 빠져듭니다. 얼굴이 잘 생기거나 몸이 좋은 것 보다는 성격이 푸근하면 푹 빠져버려요. 특히 일하다가 빠져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격좋고 배려심 많은 남자를 만나면, 아닌 척 하지만, 갑자기 제 얼굴에 혈색이 도는 걸 볼 수 있게 될 겁니다. 경계도 팍 풀립니다.

다만 세상에는 저처럼 혼란을 겪거나 알고도 숨는 사람들이 아직 많아서 그렇죠. 왜냐하면 경계하는 사람이 많거든요. 당장 제 친구 중 몇 명이 호모포비아입니다. 누군가는 혐오하고 배척하는 게 현실이에요. 이런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그러니 숨기려고 노력하고, 아무도 안 만나려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죠. 혹시나 잘못된 관계로 인해 자신의 성향이 주변 사람들에게 드러날까봐. 겁먹어 하는 거죠.

그래서 사진 도용을 하거나 정체를 최대한 숨기려고 하는 게 가끔 좀 답답하긴 해도, 이해는 갑니다. 무서운 세상이니까요. 그리고 혼란스러워 하고 있을 거라고.

제가 좀 혼란스러워 할 때, 어머니에게 제가 만일 그쪽이면 어떻겠냐고 물어본 적 있습니다. 어머님이 너 게이냐? 라고 물어봐서 화들짝 놀랐던 오랜 이후에 질문한 것인데... 어머님이 답변하시더군요. "너 혹시 자유한국당 지지하니?" 아니 그쪽 말고 (...) 정확히 말했습니다. 대학 교양과제로 게이에 대해 배웠는데, 갑자기 궁금해서 질문한다고 했습니다. "내가 게이라면 어떨 것 같아요"라고 질문했죠. 어머님이 담담히 대답했습니다. "내가 말했지, 니 꼴리는 대로 살라고. 니가 다른 사람 강간하고 강도짓하고 살인하고 다니지만 않으면 난 니가 뭘 하든 신경 안 쓴다."

그리고 이 말을 덧붙이시더군요.
"만일 행여라도 경찰서 갈 일 생기거나 내가 널 찾아 널 죽일 것이니라."
그리고 수배 당하게 되면 경찰이 찾기전에 먼저 찾으실 거라고 하셨

그래서 그 말에 힘을 얻었어요,

가끔 제 성향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그제서야 집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갑갑함과 우울증이 가시고, 좁아진 시야가 탁 트여지는 것 같아요. 세상을 다시 사랑할 수 있게 됩니다. 이렇듯, 물리적 집과는 달리 모두는 각자의 심리적인 위안을 주는 집이 따로 있습니다. 자신에게 꼭맞는, 자신이 바랬던 것이 펼쳐진 집이 있는 거죠.

제 생각에 성적 지향도 그저 그런 집 중에 하나일 뿐입니다. 단지 어떤 사람들은 여자를 바라보듯이, 어떤 사람은 남자를 바라보는 거죠. 그 뿐입니다.

전 항상 기준선에 미달이었어요. 신체도 남자답지 못하다고 아저씨들에게 욕먹고, 정신도 지나치게 민감하다고 아저씨들에게 욕먹곤 했죠. 그리고 인터넷에서는 게이를 혐오하는 사람들의 글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오해도 보게 되죠. 그러다보니 혐오당하거나 비하당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 것 같아요. 사회의 통념이나 기준선에 모자르다고 저세상 사람 취급하는 겁니다.

화는 나죠. 근데,

저는 그 사람들을 역으로 혐오하고 싶진 않아요. 저 사람이 똥냄새가 난다고 내 몸에 똥을 묻히긴 싫듯이요. 저 사람도 혐오할 권리가 있을 겁니다. 제가 통념에 빠진 아저씨들을 싫어하듯이요. 만일 남 욕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저를 저세상 사람 취급한다면, 답답하지만 방법 없습니다. 그냥 신경쓰지 마요. 자신의 삶을 살면 됩니다. 어차피 달리 길도 없습니다.

말했듯이 저는 무척이나 굴곡진 삶을 살았어요. 그 결과 깨달은 게 있다면, 문제가 있다면 그냥 받아들이란 겁니다. 모든 이들이 완벽한 삶을 영유하지 못하니까요. 정말 극도로 운이 좋지 않다면 사람은 어딘가 불만족스런 삶을 살게 됩니다. 그 부족해지는 과정에서 비뚤어지는 사람도 있고, 우울해지는 사람도 있어요. 부족해질 수록 완벽한 경험을 원하니까. 허나 그럴 기회는 좀체 주어지질 않죠. 세상은 완전하지 않아서요. 그래서 부분적으로 모난 것들만 받게 될 겁니다.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살하는 사람이 있고, 더 비틀어져 중독에 빠지는 사람도 있어요.

그래서 이렇게 생각한 겁니다. 어떤 모양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고요. 그냥 내가 산 삶과 그로 인해 형성된 내 모양이 있고, 거기에 맞춰 살 수 밖에 없단 걸 깨닫는 겁니다. 그로인해 일어나는 리스크는 결국 자신이 떠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만일 이 모양 때문에 자신의 앞 길이 막힌다면, 뚫어버리면 됩니다.

불가능할까요? 아뇨. 전 그렇게 생각해요. 막막하고 독하고 방법이 없어 보이지만, 삶은 게임이 아니기에 희망이 있다고요. 게임은, 어떤 룰이 정해져 있고, 그걸 벗어나지 말아야 하며, 그 안에서 승리를 얻는 겁니다. 하지만 삶은 다릅니다. 삶은 변칙적이고 늘 위반해요. 제가 애초에 사람들이 생각하는 기준선에서 벗어나 있었듯이, 삶과 자연은 늘 인간의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억지로 바꾸려고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자연의 의지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방법은 없는 거죠. [이터널 선샤인]의 조이의 말처럼 그냥 다가오는 것들을 덤덤히 즐기는 수 밖에. 저는 제가 가진 모양에 의해 고통받게 될 거에요. 하지만 그제서야 집에 도달하게 될 겁니다. 마음의 안정과 위로를 달랠 수 있는 정신적인 집이요. 그것이 있다면, 그것이 거기에 있음을 인정한다면, 세상은 보다 안정을 찾을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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