쿄애니 방화사건에 대한 생각들 └ 일상의발견



미친 소리처럼 느껴질 지도 모르겠지만 쿄애니 화재 사건에 대해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의 저는 그것에 관해 무관심하고 무덤덤했습니다. 뉴스를 보면서 부득이한 안전 사고나 살인 사건으로 돌아가시는 분들이 많았기에, 제가 타인에 죽음에 대해 일부가 무뎌졌던 게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죽음을 되도록이면 무디게 받아들이지 않는데도 불구하고요. 이 사건을 접했을 때는, "또 이런 일이 일어났구나" 라는 생각에 고개를 돌렸습니다. 제가 스스로의 삶을 걱정해야할 이유가 크기도 하고요.

아까 전 포스팅도 그랬지만, 저는 이 사건을 보고 의아한 점들을 바라보았습니다. 화가 다시 나기도 했고, 나머지 일들을 바라보며 다시 기시감을 느껴 실망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볼 수 있는 건 뉴스기사와 나무위키 뿐이라 정확하진 않지만, 사건을 벌인 사람과 번지게 된 이유와 그 후에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바라보며 큰 피로감을 느꼈습니다. 이 포스팅은 그것에 대한 글입니다.

먼저 쓰기 앞서,
피해자들의 비참한 죽음에 진심으로 애도하는 바입니다.
아래는 추모의 의미로 잠깐 큰 공백을 남겨두겠습니다.








































































































공백 남긴 이유는...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자니 조금 기분이 그래서요.

아무튼,




우선 처음으로 보안문제부터 화재방지시설 미흡에 대한 부분이 조금 신경 쓰이게 했습니다. 컴퓨터가 돌아가는 회사라고 하지만 스프링쿨러 하나 없다는 사실이 묘했기 때문입니다. 나선계산에 대한 문제는 인테리어에 대해 이해는 합니다만, (아마도 여기서 문제점이 지적된 이후라 나선계단을 쓰는 일은 없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테러로 인한 무역센터 붕괴사고 이후로 고층빌딩 철골구조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된 것 처럼요.) 스프링쿨러나 별다른 화재방지시설이 언급되지 않거나 보고되지 않았다는 점은 좀 의아합니다. 모든 건물에 화재방지시설을 설치해야 할 의무가 없는 것이라면 이에 대한 책임도 볼 수 있을 겁니다. 화재방화를 한 자의 잘못이 결정적으로 가장 크지만, 화재가 커지도록 만든 요인들도 사건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무시되어선 안된다고 저는 보기 때문이죠.

제가 정황 증거들만 보면서 (제 3자가 기술한) 사건을 보고 있기 때문에, 스프링쿨러는 존재했는데 그것이 오작동했던 것이 없는 걸로 잘못 와전된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오작동이라고 하더라도 그것 또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제대로 된 테스트 조차 안 하고 있었다는 말이니까요. 안전불감증이 있지 않았나라는 의문이 듭니다.



다음으로 혐덕 정서의 재확산이 우려됩니다. 정신 질환자이자 전과자라는 이야기는 보입니다만, 쿄애니를 즐겨본 오타쿠였는가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명료하게 드러나지 않음에도 추측하고 비난하고 조롱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에 의해 그 이야기를 믿고 도의없는 분노를 재점화하는 사례도 생길 수 있지요. 제 생각에 많은 이들이 이를 통해 혐덕 정서를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타쿠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듯한 시선이 다시 올라올 수 있다는 거죠.

왜냐하면 이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니까요. 지금 이 사건을 가지고 엮는 사람들이 있고, 그로인해 사건의 본질과는 다르게 평가되는 일들이 생겨나버렸기 때문입니다. 일본 내부에서도 한국인에 대한 혐오정서로 인해 범죄자를 오해하는 반면에, 이 반응을 본 한국인들의 분노의 재점화가 있었고 (물론 일본 내부에서도 이런 극단적인 추측은 자중하자는 발언들을 한 일본인들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보에 대한 취사선택으로 서로 혐오하고 분노하며 사건을 왜곡하여 해석하고 있었던 거죠.) 불매운동으로 인해 일본에 대한 분노를 피해자의 죽음에 대한 정당함으로 푸는 가 하면, 쿄애니 여험설을 말하며 피해자를 애도하긴 해도 그 잘못은 잊으면 안된다는 말을 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대체 어떻게 하면 저런 발상들이 나올 수 있는 것인지에 관해 저는 매우 궁금합니다.

물론 제가 모든 트윗을 확인해 본 바가 아니라서 몇몇 소수분들의 어긋난 생각들만을 집중적으로 봤기 때문에 그럴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 이런 생각들이 다수의 생각들로 확산된 것은 아니니까요. 허나 심히 우려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잘못하면 이런 생각이 공론화될 정도의 규모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으니까요.



동시에, 큰 중범을 저지르는 범죄자가 이전에 범죄자였던 여력이 있었던 경우들이 많기에 이들을 감시하는 체계는 만들어낼 수 없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문제는 단순 일본 내부의 사회나 법적인 문제인 것만은 아닙니다. 재범의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중범죄들에서도 발견되기도 하기 때문이죠. 감옥이 교화의 효력을 상실한 부분이 있는 것인지, 그렇다면 그 부분은 어디인지, 혹은 범죄자 중에 정신질환자는 어떻게 다뤄야 하는 지 생각해봐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노파심에 말하지만, 이 사건의 잘못은 화재를 일으킨 자의 잘못이 태산만큼 큽니다. 생애를 애니메이션에 대한 열정으로 불태운, 수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즐거움을 주고자 했던 이들이 한 순간, 왜곡된 심리를 가진 사람의 불길로 허무하게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계속 아쉬움에 계속 생각해보는 거죠. 그 사람을 막을 수 있을 방법은 없었을까, 사건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을까. 앞으로도 이런 사건이 또 일어날 수 있을까? 일어날 수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그 사건을 방지할 수 있거나, 혹은 더 확산되기 전에 막을 수 있을까에 관한 생각들만 늘어납니다.



언젠가부터 이런 문제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본, 먼나라의 일이고 우리와는 정서와 쇼크정도가 다르다고 이쪽과 우리나라의 사건들을 별개로 보는 이들도 있습니다. 허나, 우리나라에서도 일본 못지 않은 많은 끔찍한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중범죄자였거나, 정신질환자였던 사실이 있습니다. 안전불감증에 대한 사고들도 연이어 터지고 있습니다. 안전사고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우리가 막지 못할 일이었다고 생각했으나 조사결과, 확산을 막을 수 있었지만 순간의 태만과 이기심으로 인해 커져버린 것으로 드러난 사고들도 있었습니다.

더이상 이런 사건들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분노와 혐오의 정서와 억측을 눌러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감정은 특정한 시선을 강제해버려 억측만을 불러오기 때문에, 사건을 면밀히 분석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죠. 보다 차분하게 사건을 분석해야 합니다. 더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일으킨 범죄자에게만 분노하고 혐오하기만 해서는, 피해자들을 애도하고 안타깝게 여기기만 해서는, 더이상의 일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저는 깨달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도 저 나라의 누군가들도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천인공노할 짓을 하기 전까지는 모두 살아 남고 삶을 영유할 이유가 있는 인간이라고요. 그런 사람들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보호할 생각을 하지 않으면 이런 사건은 또 일어나버리게 될 것입니다.

관련자들은 최대한 사건을 분석해서 다음 사건 방지를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제 생각에, 범죄자 재범감시를 강화하고 소방법 또한 어떻게 손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쿄애니 화재 피해자들에 대한 명복을 빕니다. 뒤늦지만, 더 늦기전에 명복을 빌겠습니다. 그리고 더이상 이런 일들이 쉽게 일어나지 않을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덧글

  • 나인테일 2019/07/22 05:07 #

    노트르담 성당 화재 때도 죽은 사람은 없다길래 집 지어놓은거 언젠가는 무너지는거지. 사람이 살아있으면 집 따윈 얼마든지 다시 지으면 되지. 하는 정도의 감상 밖에 없었습니다만 교토애니 화재 때는 정말 참담하고 비통한 심정이 들더군요.
  • 로그온티어 2019/07/22 14:54 #

    어떻게 보면 소중한 자산을 잃어버린 화재사건임에는 비슷하게 보일 수 있지만,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두 사건에 대해 느끼는 안타까움의 정도가 서로 다를 수 있죠. 여담입니다만, 저는 이 두 사건을 서로 비교하지 않고 각각 다른 케이스라고 구분지어 생각하는 편입니다. 문화재 유실 사고와 인재 사고요. 화마에 의해 잃어버렸다는 점은 같지만, 애도해야 하는 부분과 이유에 대해서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하나로 퉁치고 비교하는 순간, 어떤 에러가 날 지 모른다는... 구체적으로 쓰긴 어렵지만,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 NRPU 2019/07/22 09:22 #

    정말 솔직히 안전대책에 대해서는 쿄애니도 할 말이 없죠. 심지어는 창문까지 방범창이었다고 들었는데 아무리 건물이 오래되고 젖으면 안될 것들 천지였다고 해서 그렇게 무대책으로 건물을 방치해둔건 정말 불감의 극치라고 밖엔...
  • 로그온티어 2019/07/22 14:57 #

    제 기억에, 모든 건물에는 건설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설치해야 할 것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화재방지시설이 그 중 하나고요. 지금과 같은 방화 사례 뿐 아니라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로 인해 불이 나는 사례도 있을텐데 그렇게까지 화재 사고에 둔감하게 건물을 지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듭니다. 일본의 법은 잘 모르겠으나, 건설 시 어떤 것은 꼭 설치해야 한다라는 개정이 필요한 게 아닌가...
  • 갓로드 2019/07/22 19:07 #

    예전에 진주 방화사건이 있었던 때에 지인과 정신질환자의 범죄를 예방하거나 감시할 대안을 두고 얘기를 했었는데, 그 대안들은 '정신질환자의 판단 여부'를 두고 주관적인 해석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위험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결론만 나오고 흐지부지 끝냈던 적이 있습니다.
    정신질환자들이 정신질환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공신력도 중요하겠습니다만, 자신이 질환자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다른 질환과 다르게 극단적인 양상을 보이는 정신질환이 범죄의 잠재적 위험으로서 감시나 관리대상이 되면 과연 정신질환자에게만 적용될 것이냐하는 문제가 항상 걸리게 됩니다. 그 관리제도가 항상 공정하게 집행된다는 보장이 질환의 특수성 때문에 보장이 곤란한 부분이 많아보입니다.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울 수는 없다지만 부작용이나 반발이 셀 수도 있다는 미지수의 문제가 정신질환자의 관리를 방치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입니다. 확실히 문제가 맞음에도 쉽사리 접근할 수 없는 난제입니다.
  • 로그온티어 2019/07/22 15:04 #

    확실히 그 문제도 있군요. 구체적인 잣대를 만들어 대상을 잡자니 그 안에서도 구멍이 생길 것 같습니다. 질환자 판정에 대해서는 의사마다 또 의견이 다를테니까요. 허나 단순 감시가 아니라 치료와 교화가 목적이라면 말이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저는 생각합니다. 완전한 정신질환자가 아닌 약간만 있지만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범죄자라도, 자신의 무엇이 잘못 되었고 개선될 수 있는 지를 인지하는 치료를 통해서 범죄자 혹은 질환자 내면의 사회성을 다시 꺼내고 교화할 수 있지 않을까... 저는 그런 희망을 가져보고 싶은 겁니다.
  • Adolf Kim 2019/07/22 11:56 #

    화재 대책 문제는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100인 이하 규모의 기업은 다들 비슷한 상황이라고 봅니다. 특히 건물이 오래된 경우라면 방재 기능은 거의 소화기같은 것에 의존할 수 밖에 없고, 의도적인 테러(방화도 마찬가지입니다.)라면 사실상 막을 방법은 전무하다고 해도 좋습니다. 사실 이번 사건에서 사람들이 '쿄애니'라는 말을 앞에 붙여서 그렇지 그냥 '중소기업'이라고 단어를 바꿔 붙이면 일본과 우리나라 모두 중소기업에서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그리고 발생했을 때 똑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이 예상되는 문제가 됩니다. 아무리 보안에 신경쓴다 한들 기껏해야 입구의 지문/카드키 인증에 불과한 상황에서는 원한에 의한 범죄건 정신병에 의한 것이건 테러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는 없습니다. 이번에는 그 조차 취재때문에 풀어 놓은 최악의 상황이었습니다만.
  • 로그온티어 2019/07/22 15:09 #

    규모에 따라 방재시설 설치 여부가 다른 것인가요. 비용 상의 문제인 지, 법 상의 문제인지, 건물 구조 탓에 설치를 못하는 것에 대한 문제인 건지 깊게는 모르겠습니다. 허나 방지할 방향이 전무하다면 결국 이와 같은 사고가 또 일어날 때 손을 놓고 방관할 수 밖에 없다는 말이 되겠네요...
  • 네리아리 2019/07/22 17:23 #

    일본 쪽 뉴스를 보니까 아무리 준비만전을 해도 미친 놈이 미친 짓 하면 답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는 것 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보안문제부터 화재방지시설 미흡에 대한 부분이 조금 신경 쓰이게 했는데 이와 관련 지어서 일본 쪽 뉴스에서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하더군요.

    1)원흉인 나선 계단은 시에서 요구한대로 방연벽을 설치했다.
    2)제출한 소방계획대로 소화기와 경보장치가 있어 법률상 불비점은 없음.
    3)작년 11월 사원 약 70인이 참가해 방화 피난 훈련을 실시했다.
    4)당시 오전에 NHK에서 오기로 되어 있어서 문을 열어 두었다.
    5)그 새끼는 착화탄과 함께 망치도 준비해서여자하면 문을 부수고 들어가려고 했다.

    이런 상활을 본다면 진짜 미친 새끼가 작정하고 미친 짓했다면 막을 수도 없다는 것을 알수 있었습니다. 재해상황이 화재는 막을수 있겠지만 방화는 정말 답이 없다죠. ;ㅅ;
  • 로그온티어 2019/07/22 18:03 #

    물론 모든 일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허나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 일어난다면 막을 가능성을 분석이라도 해봐야 하지 않을까. 이것이 극단적인 예외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이 문제에 대해선 답이 없으니 수수방관하다 이같은 문제가 또 일어나고 그때 더 많은 사람들이 희생된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저는 거기에 대해 묻고 싶은 겁니다. 왜냐하면 늘 모든 커다란 사건에는 전조가 있습니다. 이것은 도시괴담이나 미신처럼 이야기되곤 하지만, 실제로는 연구되고 있는 현상입니다. 도미노효과라고 공업과정에서 배우는 게 있지요. 모든 사건들은 작은 결함에서 징조를 보이고, 작은 사건을 일으키고, 그 사건이 점점 더 커진다라는 이론입니다. 만일 이 사건이 사실은 사회나 제도나 화재방지나 보안에 대한 결함을 보여주는 사례고, 그보다 더 큰 일이 일어난다면요? 전 그게 우려되는 것 뿐입니다. 그래서 분석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본 글을 쓴 것이고요.

    앞으로 사회의 음지에서 미친놈은 만들어질거고, 그 미친놈은 앞으로도 달려들텐데, 그때마다 많은 무고한 희생자가 나올 때마다 어쩔 수 없다며 그들에게 분노하고 상황을 무마하는 것은 너무 무력감이 크잖아요. 그걸 받아들여, 그게 세상이야라고 하시려는 거라면 전 아무말도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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