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 피카츄 └ 액션/모험



어디가서 탕구리 같다 말하지 말아요. 탕구리는 엄마 잃고 우는 녀석이니까요. 팀은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는 멀리 가셨죠. 이렇게 홀로 자란 팀에게 팀의 친구는 탕구리랑 너랑 잘 맞는 것 같다라고 말하더군요. 미국 시트콤에 나오는 전형적인 생각없는 얼간이죠. 저게 사실이라도 저렇게 말하면 안되는 거에요. "너 엄마 없다"라는 패드립과 뭐가 다릅니까. 그러니까 여러분은 누구더러 탕구리 같다고 말하면 안 되는 겁니다.

일단 작품 전체가 상당한 패드립의 향연입니다. 주인공이 흑인인데 계속 보는 내내 편견에 휩싸여서 다른 생각을 하게 되니까요. 설마 아버지가 그 분이다뇨. 그... 다른데? 보는 내내 당신이 주인공이 흑인이니 아버지도 흑인일거라고 믿었을 겁니다. 편견이죠. 거기에 "니 아버지 누구" 라고 억측하는 패드립인 겁니다.

거기에 주인공도 패륜을 저지릅니다. ...........스포일러라 말하기 어렵지만 일단 패륜이죠. 내내.......................... 저지르고 있었으니까. 원작도 그건 너무했다 싶어서 안 한 짓을 영화판이 뻔히 저지릅니다.

...그냥 참기 힘드니까 스포일러 할게요.
스포일러 안 신경쓰던 사람이 스포일러 안 하려니 너무 힘드네요.



















개인적으로는, 라이언 레이놀즈가 데드풀처럼 청산유수 말을 늘어놓는 재담꾼 이미지가 고착되는 게 싫습니다. 레이놀즈가 진지하고 평범한 사람을 연기할 떄가 더 좋았거든요. 솔직히 자기 망가지며 입을 놀리는 재담꾼 이미지도 재밌지만, 라이언 레이놀즈가 가정적이거나 평범한 사람을 연기할 때가 개인적으로는 정말 좋아요. 그 뭔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느낌이 있어요. 그래서 데드풀은 한날의 일탈로 내려두고, 코믹 이미지에서 다시 정극으로 돌아와줬음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래서 결말 봤을 때, 레이놀즈가 명탐정 피카츄를 택한 건, 그런 연기를 다시 보여주기 위해 택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여기서 피카츄는 탈이죠. 레이놀즈가 쓴 재담꾼이라는 탈이요. 그가 배우로서의 역량을 드러내는 건 결말입니다. 평범한 결말이지만 레이놀즈가 살립니다. 아쉬움 가득하다 아들이 "그냥 좀 있을까요?" 라는 말에 반가움에 목이 메어 "그거 좋은 생각같구나"라고 말할 때는, "씨바 나 정극 가능해 정극이랑 떡도 칠 수 있다고"를 명실공히 보여줍니다. 올해의 아버지상은 레이놀즈에게 주세요.












게임판과 매우 다른데,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게임판 : 정적이고, 밝고, 포켓몬들이 몽실몽실하니 귀엽고, 은근히 잘 만든 미드보는 듯한 작품
영화판 : 요란하고, 패드립이 가득하고, 칙칙하고, 털털한 작품

게임판이 형광등이라면 영화판은 네온등이라고 보면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사에서 포켓몬스터 영화화는 하고 싶은데 걸맞는 아이디어가 없어서 명탐정 피카츄를 골랐을 뿐, 명탐정 피카츄라는 원작을 영화화 하고 싶었던 의지는 없던 것 같습니다. 포켓몬 배틀과 포켓몬 작품에 대한 오마주, 명탐정 피카츄의 추리파트가 뒤섞였는데 모두 애매하기 때문이죠. 이것도 보여주고 싶고, 저것도 보여주고 싶고... 그 느낌. 거기에 추리파트는 새로 더할 의지 없이 그냥 게임판의 아이디어만 긁어와 매우 단순화 시킨 것에 가깝습니다. 심지어 피카츄가 외치는 "번쩍하고 떠올랐다!" 도 없습니다. 그게 핵심인데. 일본의 명탐정 서브컬처의 클리셰를 보여주는 부분이었단 말입니다.

게임판은 텔테일의 초기작 같습니다. 아니 역전재판 같달까요. 허나 3D 배경에 대화씬 많은 건 텔테일의 초기작인 샘앤맥스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그래픽 스타일도 비슷했고 말이죠. 그나저나 샘앤맥스는 언제 영화 나오려나.

아무튼 원작게임 보시면 포켓몬들이 ...... 크으, 귀엽습니다. 그걸 보고 나서 사람들이 명탐정 피카츄보고 극혐한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특히 피카츄가... 완전 아저씨 목소리보다는 뭔가 열혈 동정 목소리지만, 그래도 전 가능해요. 약간 단짠의 매력인 거죠. 귀여운 피카츄 외형이 단맛이라면 아저씨 모드가 짠맛인 겁니다. 두개가 어우려져 기묘한 귀여움 포텐을 터뜨려요. 허나 영화판이요? 인형 돌아다니는 것 같아요. 레이놀즈가 그렇게 짠맛 나는 사람이 아니기도 하고 말이죠. 제가 팬으로서 햘짝(?)여봐서 압니다. 레이놀즈는 액정필름 맛이에요.

게임과 비슷하게 대부분의 장면 빼곤 피카츄가 쩌리같아 보인다는 설정은 같습니다. 조사나 영감 주는 것 등의 자질구레하고 귀찮은 일들은 다 팀이 하고 피카츄가 결정적인 순간에만 활약하는 부분 말이죠. 이를테면 주인공인 팀이 어시스턴트고 피카츄가 메인작가인 셈이죠. 어시가 발로 뛰며 자료 셔틀질을 하면 메인작가가 자료들을 뒤져보다 진지하게 "읽다보니 이거 좀 아닌 것 같아, 다른 자료로 다시 가져올래?"라며 어시에게 셔틀질을 강요하는 겁니다. 아, 꼰대짓도 합니다. 게임에서는 피카츄가 꼰대짓하는 걸 많이 보실 수 있어요.

생각해보면 원작 게임도 게임이라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그냥 이건 특집 애니로 만드는 게 좋았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거든요. 워낙 텍스트량이 방대하기도 하고, 씬도 방대해서 그렇기도 하고, 그래서 추리와 어드벤쳐 보다는 인터렉티브 멀티미디어 느낌이 나서요. 물론 게임으로 나오지 않은 게 다행이다는 생각을 가진 건 아닙니다. 추리게임만의 짜릿함이 또 있고, 그건 살아있는 편이니까요. 단지 추리 파트가 조금 부족할 뿐이지.





아무튼 영화판의 선택을 틀리다고 할 순 없습니다. 게임판 안 따라가고 영화판의 매력을 살리려고 노력한 계산 흔적들이 보였으니까요. 정확히는 프로토타입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명탐정 피카츄의 실사영화가 아닌, 포켓몬 실사영화 프로토타입으로서 제 역할을 한 거죠.

....제 생각에, 이것은 워너의 야망이라 생각합니다. 이게 시작인 거죠.

워너가 디즈니에게 대항하려면 디즈니가 가진 애니나 영화 IP들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 DCU가 이제서야 언어 꺠우친 상황이니, 추후의 미래를 위해선 확고한 IP확보가 필요했고, 그를 위해서는 디즈니가 건들 지 않은 IP를 확보하는 게 중요했다고 봅니다. 그 IP들이란, 게임쪽이죠. 최근에 게임실사영화가 흥하는 이유는 거기에 있다고 봅니다. IP를 사들일 돈이 없는 중저규모 회사는 IP를 만들지만, 안정적인 운영을 해야 하는 큰 회사들은 IP를 확보하는 게 좋으니까요. 왜냐하면 실험작이 망해도 IP는 준수한 돈을 벌어다주니까요.

[명탐정 피카츄]는 "야, 우리 너네 IP가지고 잘 만들어줄 수 있어"라는 증명 섞인 러브콜이며, 이것이 이후 닌텐도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점으로 작용될 겁니다. IP를 직접적으로 챙기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타사에서 증명된 흥행력있는 IP를 빌려 차익을 낼 수 있으니까요.

최근 예능인 [놀면 뭐하니?]에서 유재석 씨가 한 말이 생각났어요. "요즘은 새로운 얼굴이 흥하기 어렵다"라고요. 인재들이 많이 있을 것이나, 흥행보장성과 화제성을 위해 화제되는 인물들... 트레이닝 된 예능인들을 주로 예능에 밀어넣는 일들이 많기에 새로운 얼굴이 많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이에 유희열 씨가 음악 계열도 비슷하다고 말한 바 있고요. 게임계도 마찬가지 입니다. 신규 IP나 시그니처라 할만한 것이 거의 드물어 졌고, 게이머들이 열광하는 부분들도 사실 과거에 나온 신작의 리메이크나 특정 시리즈의 새 작품이니까요.

최근 시장이 기형적으로 바뀌었다고 생각들지는 않습니다. IP 활용, 콜라보, 시리즈 연장의 개념과 흥행성은 이미 시리즈의 역사가 증명하니까요. 허나 이대로만 가면 좀 괴랄하긴 하죠. 자사의 IP가 존재하지 않는 회사들은 진입장벽이 높아지는 셈이니까요. 물론 영화계에서는 존윅이나 인시디어스처럼, 게임계에서도 핫라인마이애미처럼 실력과 감각으로 IP를 세우고 확립하는 사례도 있기에 IP가 대세라고 단정짓기는 어렵긴 합니다. 허나 또 쓰듯이 진입장벽이 높아졌다는 체감은 확실히 많이 들었습니다.

그 체감이 드는 이유가 무엇일지는 알 수 없습니다. 허나 추측하기로는, 아마도 세상이 각박해지고 더이상 새로운 것들을 파고들 기분이 아니다라는 소비자들의 사정이 드러나는 것이 아닐 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전 [극한직업]의 성공처럼 이제는 삶이 피로해서 그 피로감을 환기시킬 상황이 많이 필요한 거죠. 경쾌 노선을 타는 마블의 작품들도 이런 사정에 대한 수요에 의해 나타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창작자들도 창작의 고통과 사람들이 봐주지 않음에 의해 타락(?)같은 걸 해버려서 표절이나 가이드라인대로만 만들고 끝내는 걸 일삼는 걸지도 모르죠. 사실 컨텐츠 계열이 '예술'관련이라고, 그런 방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사람들이 봐주지 않고 소비해주지 않으면 무력해지는 것이 컨텐츠 계열의 본질인지라. 이렇기 때문에 이렇게 하면 돈 많이 번대하면서 어떠한 철학없이 사업에 뛰어든 사람들이 많고, 그런 사람들이 창작에 대한 고민을 하는 사람보다는 돈을 많이 벌고 나서 창의력에 대한 강연을 하러 다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학생들에게 이렇게 만들어라, 저렇게 만들어라 라고 하는 분들이 있지요.

그러다 본인작품에서 망하고 나서 이사진이 문제였다라고 말 퍼뜨리는 일도 있었고.

노파심에 쓰지만 이건 제가 시니컬하거나 세상을 부정적으로 생각해서 쓴 건 아닙니다. 뇌피셜 반, 경험 반이 확실합니다. 그냥 그렇다는 거죠. 이 긴 글의 목적은 워너의 야망이라고 썼지만 제가 그걸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말하려고 쓴 글입니다. 워너는 그럴만한 작품을 만들었고, 관객에게는 호불호 갈릴 부분이 있었겠으나, 그 의도 아래에서는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말하고 싶은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