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올드 투 다이 영] └ 스릴러/드라마





축하드립니다, 여러분들은 망해가는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여자는 요물이며, 남자는 폭력적이죠. 여자는 폭력적이고 원라이너 스런 남자를 지배하여 폭력을 휘두르도록 종용합니다. 남자가 원하는 따스함, 집에 돌아온 기분을 여자가 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남자는 거기에 집착합니다. 그리고 여자 말대로 하는 거죠. 마치 가정을 위해 아내 말에 복종하는 남편들처럼 말입니다.

페미니즘이건 PC건 간에 내가 이런 말했다고 비난하지 마세요. 왜냐하면 이 생각은 제 생각이 아니니까요. 니콜라스 윈딩 레픈을 탓하세요. 왜냐하면 저게 니콜라스 윈딩 레픈의 신작, [투 올드 투 다이 영]이란 드라마 내용의 전반이니까요.

첫 문단에 불편하실 분들 많을 거고, 이 드라마를 보면서 불편하실 분들도 많을거에요. 이 드라마에서는 선의 영역이라고는 추호도 없고, 남녀 차별하지 않고 그 안의 광기와 잔혹함과 베베 꼬인 속내를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섹스와 폭력과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 난무하며, 그 장면을 불편할 정도로 길게 포착해냅니다.

니콜라스 윈딩 레픈 영화 만드는 법에 대해 강의하도록 하죠. 우선 니콜라스 윈딩 레픈 영화는 안드레이 타르콥스키 영화와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 영화의 어딘가에 위치해있습니다. 거기에 가 자주 쓰던 다리오 아르젠토가 자주 쓰던 RGB 조명을 섞었죠. 안드레이 타르콥스키의 시간의 감옥 안에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폭력에 대한 주제를 담고, 그걸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의 조명으로 비춘 모양새인 겁니다. 허나 이번엔 조금 다릅니다. RGB 뿐 아니라 CMYK의 조합도 쓰거든요.

그래서 엄청 지루합니다! 당장 비디오 에디터 열어서 편집하고 싶을 정도로 지루해요. 몇 장면은 드러내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느리고 너무나도 느리게 인물의 심리를 조명합니다. [드라이브] 때는 그나마 템포가 적당했는데, 이 감독은 어째 갈 수록 더 느려져요. [발할라 라이징]를 촬영하러 뉴질랜드 갈 때 크로노스의 계시를 받은 건지 뭔지 아무튼 영화가 갈 수록 더 징그러울 정도로 길어집니다.

니콜라스 윈딩 레픈 영화의 연출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위에 썼듯이 CMY와 그림자가 뒤섞인 배경아래
주인공들은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어요
세상사에 무심한 듯한 표정으로 말이죠
주인공들이 좆나 10초간 어딘가를 응시하다가
주인공A가 아주 느릿하게 대사를 때립니다

A : 어제 니 아내 따먹었다

A 주인공이 대사를 때리면 B 주인공이 10초간 어딘가를 응시하다가 대사를 때립니다

B : 미친새끼

그렇게 20초간 둘은 가만히 있다가 B 주인공이 갑자기 칼로 A 주인공을 찌릅니다.
피가 사방에 튀고 카메라는 조용히 그 폭력의 현장을 응시합니다.

그러다 고블린스런 불쾌하고 8~90년대 비디오 영화에 자주 쓰던 신스 음악이 들리면서 그 참혹한 폭력의 현장과 시체를 탐닉하듯이 찍지요.

그 다음에 B 주인공이 어디론가 갑니다.

바스트 샷 사이드 뷰로 주인공이 걸어가는 것을 유유히 찍는데 그게 한 30초가량 됩니다.
마침내 주인공이 어느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거긴 창녀촌이에요

B주인공이 창녀촌에서 여자를 사서 창녀에게 채찍을 맞는 장면이 나오는데

옷을 벗자 주인공 B의 신체적 구조가 여자라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그리고 또 주인공이 채찍맞는 장면 뒤로
고전적이고 경박한 음악이 나옵니다









이런 식이에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 틀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이게 밖에서 글로 쓰면 좆나 웃긴 장면이죠. 저게 뭔가 싶을 겁니다. 허나 니콜라스 윈딩레픈 작품이 다 그래요. 장면을 글로 쓰면 좆나 웃긴데 직접 보면 '말려 듭니다'

예로, 극 중에 추격전이 나오는 장면이 있는데 추격전이 보통의 관객이 생각하는 열정적인 추격전이 아니라, 밤샘 추격전입니다. 그래서 화면에 도로가 나오고 졸음에 빠질락 말락하는 인물들의 얼굴이 크게 나옵니다. 그게 한 3분 가량됩니다. 글로 읽으면 이게 무슨 코미디인가 싶은데, 근데 정작 영화를 보면 되게 진지하게 빠져든단 말이에요.

에드워드 호퍼를 경박하게 따라한 듯한 회화적 장면구성과 말려들 듯 움직이는 카메라 풍경 탓입니다. 보다보면 작품을 보는데, 그 그림 작품에 빨려드는 경험을 하게 되요. 허나 관심있는 장면이나 이야기가 아니라면 이런 경험을 하기 어려운 게 단점입니다. 격정적인 순간 이외에는 모두 관찰하듯이 카메라가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영화 속 현실을 만끽하는 기분이 들지만, 글쎄요. 위에 썼듯이 니콜라스 윈딩 레픈은 정도란 게 없거든요.

그리고 다리우스 콘지의 색감 살리는 화면조정으로 인해 안그래도 CMYK, RGB같은 화면이 더 경박하게 살아납니다. 이전의 니콜라스 윈딩 레픈 작품이 그냥 RGB였다면 이 작품은 리얼 레드, 리얼 그린, 리얼 블루를 보여줍니다. 색상 삼합이 드러나 두 눈에 꽂히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좋게 말하면 색감 쩌는 거고 나쁘게 말하자면 눈알이 아파요.







드라마 주제요? 위에 썼잖습니까. 여자는 요물이고, 남자는 폭력적이며, 언젠가 이 사회는 망할 거야. 스토리는 이런 주제를 보여주고, 감정선을 불어 넣으려는 설득에 불과합니다. 허무주의적이고 그 누구도 선하지 않으며, 악함에 의해 자멸의 떡밥을 가지는 것들, 정의로 보여도 회의적인 물음을 남기는 것들로 가득찹니다.

재밌는 해석도 있는데, 이 영화가 [핫라인 마이애미]에 대한 니콜라스 윈딩 레픈의 화답이라는 겁니다. 실제로 미국을 좀먹는 자들을 죽이는 살인청부를 받아들이는 주인공들의 일대기가 [핫라인 마이애미]의 주인공의 일대기와 거의 닮았죠. 재밌게도, [핫라인 마이애미]란 게임은 니콜라스 윈딩 레픈의 [드라이브]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입니다.

물론 이 지랄의 시초를 보자면 [택시 드라이버]까지 가야하지만 거기까지 가면 제 머리가 아프므로 가지맙시다. 안 그래도, 몇 년전에 [택시 드라이버] 리뷰를 썼다가 혼난 적이 있어서요. 리뷰 수준이 떨어지고 감독은 그런 걸 말하려고 영화를 만든 게 아니라는 덧글을 보고 치를 떨었던 적이 있어서요. 것 때문에, 니콜라스 윈딩 레픈 감독이 나르시즘이 창궐하다 미덕이 되는 세상이 올거라고 시즌 결말에 못을 박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다들 하고싶은 데로 하고 자기 감상을 쓸 뿐인데 어떤 가치가 우월하다며 남을 면박주는 현실에 대한 폭력적인 해답인 것이죠.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인 세상이 올 거라는 감독의 염세주의적이고 인간불신적인 시선이 과연 옳을 지는 여러분의 생각에 달려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잔혹함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네온 데몬]처럼 막 나가지 않았고, 피만 나오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