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차 예비 살인마입니다 └ 일상의발견





오늘의 불쏘시개일 가능성이 높은 것

미리 말해두지만 저분 글에 반박하는 게 아니고 첨언하는 겁니다.

폭력론자들이 싫어할 약간 개소리를 섞어서 말이죠.















안녕하세요. 처음엔 로봇에게 버스터 샷을 날려 터뜨리며 즐겼다가 괴물을 밟아 죽이며 희열을 느끼다가, 악마에게 납탄을 쏟아붓고, 외계인도 학살하는 등의 다양한 부류들을 사냥하는 예비 SALHAE를 연습한 18년차 예비 살인마입니다. 아마도 외계인이 침략하면 펄스라이플을 들고 흔쾌히 전장에 참여할 사람이죠. 심지어 잠입하여 물건을 도둑질하고 암살하는 것도 매우 높게 즐깁니다.

18년차 게이머가 미디어 폭력성 어쩌구 옹호론자들에게 좋은 소식을 하나 가져다주겠습니다. 미디어가 사람을 폭력에 익숙하게 만든다는 말은 사실 맞습니다. 저는 원래 피를 갈구하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지금은 피를 갈구하거든요. 어렸을 때는 정말로 민감한 아이였어요. 피가 조금 나와도 호들갑을 떨고 악몽에 시달리던 아이였죠. 허나 수년간의 슬래셔 무비를 본 끝에 헤모글로빈의 미학을 알게 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감독 중 하나는 쿠엔틴 타란티노가 되었습니다. 킬빌도 눈가리며 보곤 했는데, 지금은 눈깔 뽑는 것에 환호하며 봅니다.

RPG도 할 때, 안 죽일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NPC들을 죽이고 다니는 것을 선호합니다. 모두 죽이고 커다란 시체더미 사이에서 서있을 때 묘한 희열을 느껴요. 피가 흩날리고 신체가 부서져야 만족합니다. 가혹하게 상대를 밟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지요. 저는 매우 폭력적인 사람입니다.

허나 그 폭력이 만족스러울 때가 언제인지 아세요?

가식과 위선적이고 오만한 적들을 섬멸할 때가 가장 만족스러워요.

요즘은 게임의 스토오오오오리가 발달했잖아요. 그래서 적을 스토리로 적답게 그려낼 줄 압니다. 시종일관 인류를 비웃고, 인간 사이에서 왕이 되고자 하거나 사람들을 통제하고 싶어 안달이 난 적을 게임에서도 그릴 수 있게 되었죠. 저는 적에게 뒷배경이 있고 심적으로 공감해야 쾌감을 느낍니다. 그냥 동네 돌아다니는 조그만 적들 밟아 죽인다고 희열을 느끼지 않아요. 그건 저를 흥분하지 못하게 합니다.

그 놈이 무엇을 할 예정이고,
그것이 사람을 탄압하려고 한다면,
전 그것을 찾아 그것을 죽일 겁니다.

네, 저는 나치 죽이는 게 가장 만족스럽습니다.

물론 현실에서도 저는 살상을 즐깁니다. 분노와 혐오를 담아 생명체를 밟고 싶어요. 바로 곤충류입니다. 저는 곤충이 싫어요. 특히 벌들 말이죠.

제가 벌들을 왜 싫어하냐면 이유없이 지가 빡친다고 가미카제 어택을 날리거든요. 건들지 않으면 상관없지만, 언놈이 장난으로 건드려서 심히 빡쳐 있었다면, 그 놈이 사라졌을 때, 주변에 있는 아무나 적으로 잡고 봉침을 날려댈 겁니다. 나는 아무것도 한 게 없지만 벌에게 쏘일 수도 있는 거죠. 너무 쉽게 열받아하고, 누가 가해자인지를 구분하지 않아요. 그리고 철저한 체계속에서 살죠. 여왕을 숭배하며 살아요.

누군가는 그걸 일말의 보호본능이라고 하겠죠. 그들은 정당방위라고요. 집을 지키기 위한... 네, 저도 그건 알아요. 하지만 그것도 폭력이에요. 국가를 빽으로 고문을 자행한 경찰관들과 운동권 사람들 중에 본인 맘에 안든다고 애먼 가수를 패는 것도 폭력이죠. 모든 것은 자기 정당화 속에서 일어나요. 누가 나를 건드렸는가, 누가 내 적인가라는 판단 속에 폭력이 자행되는 겁니다. 벌들도 정당방위로 나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싶은 걸 수도 있을 겁니다. 혹은 그럴 맘이 없을 수도 있지요. 그러거나 말거나 저는 벌을 죽입니다. 왜냐하면 벌은 폭력적으로 변할 여지가 있거든요. 그럴 수 있다가 아니라, 여러번 가지고 놀아보세요. 놈들은 분노 장애라고, 침을 당신에게 놓고 싶어 안달이 날 거라고요.


















제가 벌을 싫어하게 된 이유는 하나입니다. 등산을 했어요. 아마도 학교에서 주관한 등산이에요. 모두 산을 오르는데, 누군가 벌집을 건드렸나봐요. 얘기에 따르면 벌집이 그냥 땅바닥에 있었댔어요. 벌집 제거반이 미처 처리못한 벌집이었어요. 그리고 그걸 누군가가 장난으로 걷어찼죠. 벌들은 심히 빡쳐서 주변에 있는 아무나들을 공격하기 시작했어요.

벌들이 오는데 저는 사람들에게 도망치라고 했죠. 허나 사람들은 모두 말했어요. 그깟 벌이 뭐라고. 그냥 올라가라고. 그 사건으로 여러명이 벌 알러지에 의해 기절하거나 죽을 뻔 했지요.

그냥 이 사태를 뜯어보자고요.

사람들은 앞날에 무엇이 올 지 몰라요. 저도 편견이 있고, 여러분도 편견이 있어요. SNS로 넓은 세계를 이었다 한들 여전히 차별과 폭력은 존재하죠. 특히 아이들은 더 그래요. 벌집을 걷어차면 그런 일이 일어날거라는 사실을 몰랐겠죠. 어른들도 벌 알러지에 의해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 거에요. 그 사이에 재난이 커졌죠. 모두가 자기 상식에 갇혀있으니 일어나는 일일 겁니다. 만일 벌 알러지 환자에 대한 지식과 벌은 위험하다는 의식이 있었다면 신고후에 길을 우회해서 갔을 겁니다. 그런 대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거에요.

허나 저도 벌 알러지에 대한 소식을 몰랐어요. 누가 실려가서야 알았죠. 전 그냥 그 광경이 무서워서 사람들에게 달아나라고 소리쳤을 뿐이죠. 허나 아무도 제말을 듣지 않았어요. 결국 모두가 벌에 쏘이고 등산은 아수라장이 되었어요. 그 다음부터 저는 여러 책을 읽었어요.

내 사각지대는 무엇일까? 저는 매우 깊게 고민했어요. 함부로 저지른 행동과 무의식적인 나태에 의해 일어날 나비효과를 생각해보라고요. 결국 그건 고스란히 자기에게 돌아와요. 많은 악행과 방관이 뭉쳐 곪아, 거대한 사건으로 나타나는 거죠. 저는 이렇게 일어나버린 나쁜 뉴스들을 바라보며 탄식해요. 그저 탄식할 수 밖에 없으니까요.












네, 저는 사람이 싫어요. 자신의 사각지대를 모르거나 이해하려 들지 않거나, 타인을 배려하거나 깊은 마음이 없는 사람들을 증오해요. 너무나도 쉽게 사람을 말해버리고 버리는 사람들을 두려워해요. 그게 사회에 뻔한 일들이니까, 현 체계에서는 무리가 없다고 해서 멋대로 남을 처리해버리는 사람들을 싫어해요. 제가 카르텔과 나치를 죽이고 싶고, 벌을 두려워하듯이, 저는 사람 중에 이해할 수 없는 지식을 가지고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을 만나길 두려워해요.

그중엔 미디어 폭력론자들 당신들도 끼어 있어요.
중립적으로 볼 수 있는 지식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두려움과 혐오감이나 차별감에 빠져서
남을 사회적으로 조리돌림하고 싶고 통제하고 싶어 안달 난
여러분들이 폭력적이란 사실은 왜 자각하지 못합니까.

가장 폭력적인 사람들이 누구냐고요? 폭력을 휘두르는 건 물리적이죠. 허나 사람은 사회적인 존재에요. 사회적인 존재가 사회적인 존재에게 가할 수 있는 폭력은 물리적인 폭력만 있지 않죠. 사회나 무리에서 조리돌림할 여지를 주는 것도 사회적인 존재에게는 폭력이에요. 매카시즘의 광기를 기억해봐요. 누가 빨갱이일거라는 사실에 무고한 사람들을 찌르고 일 못하게 하여 살 권리를 박탈하는 것 말이에요.

만일 미디어 폭력성 옹호론자들이 말하는 대로 미디어 폭력성이 인간을 폭력에 무디게 만든다면 미디어를 닫는 게 맞는 말이 됩니다. 그 말은 즉슨, 미디어를 통제할 통제자가 필요하다는 말이고, 그 말은 즉슨 새로운 형태의 폭력이 자행될 수 있다는 문제로 도래하게 되어요. 내가 볼 권리나 만들 권리를 통제하는 권한자가 있고, 그 권한자가 살아있는 모든 디자이너들과 예술가들에게 철퇴를 내린다면... 그 과정에서 권한 남용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요.

그게 제가 벌이 무서워서 벌을 죽이는 행위와 뭐가 다르단 건지 저는 잘 모르겠어요.
심지어 사람은 말이 통하잖아요.

그리고 서두에 18년차 예비 살인마라고 했지만 저는 1도 죽이지 않았어요. 게임 속에서 모두 죽이고 나면 아무것도 없어서 외롭거든요. 세이브/로드를 통해 다시 NPC들을 불러올 수 있죠. 현실은 아무도 부를 수 없어요.

인터넷에서 남에게 아무렇게나 욕하는 사람들을 봐요. 그들은 자기가 타인을 심적으로 죽이고 있단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죠. 가장 폭력적인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아무렇게나 말하는 사람들이에요. 그들은 그저 자신의 폭력성을 정당화하기 위해 정치성향에 기댈 뿐이죠. 근데 그게 게이머들이 게임 속에서 폭력을 휘두르는 것과 같긴 해요. 디지털 쪼가리에 몽둥이를 휘두르는 거지만, 그냥 디지털 쪼가리보다는 살아있어 보이는 디지털 쪼가리에 몽둥이를 휘두르는 것이 더 만족스러운 이유가 거기 있겠죠.

그리고 이런 책을 쓰는 사람들이요, 일단 자극적인 주제는 돈이 벌리잖아요.
그러니까 돈벌려고 폭력을 자극하고 속을 긁는 주제를 그리는 게임과 미디어.
다를 게 없다는 거죠.

말하자면요,

결국 사람 심리는 같은 겁니다.










저도 사람이 싫고 화가 나지만, 그렇다고 정말 죽이고 싶은 건 아니에요. 나를 사랑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고, 저도 저에 의해 누가 쓰러져 있는 꼴은 보고 싶지 않아요. 그걸 어떤 체계나 정치에 의해 정당성이 부여된다고 해도, 저는 그러고 싶지 않아요. 그 사람은 또다른 나일 거거든요. 오늘 잠깐 감정적으로 행동했을 뿐이거나, 아니면 잠깐 잘못 생각했을 뿐인 거죠. 그걸 가지고 죽여야 한다 그러면 그건 과한 처사죠.

대화로 풀다보면 결국 답이 나오는 경우가 있어요. 예들 들어, 엉뚱한 소리를 답정너 식으로 앵무새처럼 계속 하는 사람의 속내엔 사실 정치적인 마음보다는 정치를 왜 하고 싶은가라는 마음이 더 문제인 경우가 많지요.

모든 사람들은 문제가 있어요. 그것 때문에 저는 증오하고 화도 납니다. 하지만 그것은 타인과의 교류와 깨달음으로 이해될 수 있을 거에요.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개개인들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봐야 하고, 화를 참고 기다려 줄줄도 알아야 해요. 그말은 즉슨 지나가는 당신의 존재도 누군가에게 영감과 깨달음을 줄 수 있다는 거겠죠.







그렇다면 타인을 죽일 이유가 있습니까? 오히려 그것이 사회를 제가 보기싫은 방향으로 바꿔놓을 텐데요. 세이브 로드로 사람이 살아 돌아올 수도 있는 것도 아니고, 아무리 화가 나도 그 사람이 후대에 많은 영향을 줄 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지만, 악의 평범성처럼, 살아남아 사회에 중요한 메세지를 남기는 사람들이 될 수도 있어요. 우리는 시간을 돌려 역사적으로 폭력을 자행한 사람들의 기록을 바꿀 수 없지만, 그 사람들이 한 행적을 통해 배울 수는 있어요.

어떤 형태의 폭력이나 정당성이 타인을 억압하기 쉬운 마인드로 만드는가가 중요하고, 거기엔 미디어 폭력성 옹호론자의 무분별한 멸시와 그곳을 향한 게이머들의 역멸시에도 문제가 있다고 저는 보는 겁니다. 그걸 하지 말라고 막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회의하고 권고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행위를 탄압할 것을 정당하고 타인을 쉽게 매장할 때, 우리는 다양한 목소리를 잃게 될 거고, 보다 편협적인 지식에 의존해서 살게 될 거고, 그 말은 즉슨 지식과 경험의 사각지대가 넓어질 거라는 말이 됩니다. 어느 측면에 대한 인간적인 사실들이 드러나지 않을 때 우리는 그 측면의 사람들을 기계적으로 바라보게 될 거고, 쉽게 멸시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일말의 회의도 하지 않은 채로요.

그게 정당하다고 생각되면 타인의 생각을 아무런 고찰없이 억눌러도 됩니다.
디지털 시대의 폭력과 가학을 지양한다면서 정당화하셔도 됩니다.












이것이 18년 차 예비 폭력범이 폭력적인 지금 미디어 시대에 하고 싶은 말입니다.

덧글

  • 타마 2019/09/09 10:30 #

    음... 저 책의 논리는 이런 걸까요...
    "앗 범죄자가 숨을 쉰다! 그러니 숨 쉬는 놈들은 다 예비 범죄자야!"
  • 로그온티어 2019/09/09 11:28 #

    그러지 않아요. 저런 의견을 피력하는 사람들은 자신과 틀린 행위를 하는 사람들과 자신들을 차별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자신들이 하지 않는 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비난하곤 하는거죠. 문제는 저들도 악질이라는 겁니다. 타인을 차별하고 한단계 격이 낮은 인물들로 비방하는 폭력을 자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뒷전으로 두는 사람들이니까요
  • 타마 2019/09/09 13:49 #

    오... 그렇다면!
    "난 수영을 못하는데 저 범죄자는 수영을 잘하네! 수영 잘하는 놈들은 다 예비 범죄자야!"
    요게 더 가깝겠군요.
    그리고 본인이 수영을 잘하게 되면 또 말을 바꾸겠죠 ㅋㅋ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