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헌터 시즌2 └ 스릴러/드라마



큰 고구마 2개 먹고 물 하나 못 마시는 고문을 받는 느낌. 하나는 [디트로이트]라는 고구마고, 다른 하나는 [조디악]이라는 이름의 고구마입니다. 두 고구마가 쌍방으로 때려대고, [살아남은 아이]처럼 잔혹하거나 모순적인 인간애에 대해 팩폭을 때려붓습니다. 그리고 주인공들이 연기력이 모두 뛰어나다 보니, 영화를 보고 나면 담배를 안 피워도 쓴 표정을 지으며 담배를 피고 싶어질 거에요. 담배를 피신다면, 담배가 땡길 겁니다.

매우 느리지만 느리게 목을 죄는 영화입니다. 특히 초반 에피소드는 압권인데, 데이빗 핀쳐가 상상력이 주는 공포를 잘 전달하거든요. 말로만 전달하지만, 가끔씩 상상할 여지를 주는 장면이나 뉘앙스를 삽입하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그 결과, 건조하지만 잔인한 상상을 부추기죠. 이는 스타일 변경 이전인 [세븐]부터 두드러지게 나타나던 성질인데, 저는 그 상상을 부추기는 수준을 보고 이 사람은 진짜 악마다라고 외친 적이 있습니다.

말하지만 진짜 악마는 그냥 악마짓을 저지르는 사람만이 악마가 아닙니다. 사람의 어두운 내면을 잘 알고 움직이는 사람도 악마죠. 데이빗 핀쳐가 진짜 사회악이라는 말이 아닙니다. 그냥 저는, 그가 악마같은 재능을 지녔다는 말을 쓰고 싶어요. 그는 여기서, 극적이고 역동적인 강조를 해서 충격을 줄 수 있는 방향을 배제합니다. 그보다는 얌전하게 목을 휘감죠. 진짜 현실에서 살인마가 살인하는 순간처럼 말입니다.

왜 그러냐면, 이건 수사물이니까요. 그리고 실화를 바탕으로 했죠. 이 시리즈의 창제자인 데이빗 핀쳐는 사람들이 연쇄살인 사건과 수사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볼 것임을 압니다. 둘이 이 작품을 본다면 한 명은 몰래 변태적 상상을 하며 볼거고, 다른 한 명은 그 일이 진짜로 일어났다는 전제하에 공포감에 떨면서 볼 겁니다. 호러 영화처럼 가상에 일어난 일이 아니기에, 내가 사는 곳, 저 언저리에 일어났을 지도 모르는 사건을 가까이서 느낀다는 체감을 주기 위해 그는 절대 들뜨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현실관념을 이용하고, 정치적 이념을 건드리죠.

정치하니 말인데, 데이빗 핀쳐는 이번에 PC함을 건드립니다. 정확히 PC함보다는 오랫동안 있어온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만요. 그러면 인종차별을 깊게 다루느냐? 네, 맞아요. 그럼 백인 이외의 주인공들이 나오겠네요? 네, 맞아요. 그럼 백인은 무능하고 다인종은 유능하게 나오나요? 아뇨. 데이빗 핀쳐는 오히려 여기서 팩폭을 지대하게 날립니다. PC의 말에 동조하는 듯 하다가 마지막에 연달아서 팩폭을 날려요. 인종차별을 방관해서 경찰에 대한 불신을 야기한 경찰 자체의 느슨함과 편견, 인종차별에 의한 역차별로 인해 흑인은 범죄자가 아니라는 의견을 펼치는 피해자단체, 그냥 빨리 상황을 무마하고 싶은 정부, 사건을 해결할 생각이 있지만 설득과 정치력은 없는 주인공까지.

모든 악조건 속에서 사건이 뒤틀려가는 걸 관객이 바라보도록 만듭니다.

그 뿐인가요, 아이가 범죄자가 되자 친아들이 아니라고 남의 아이라고 선을 긋는 어머니와 사건보다는 가십에 관심있는 정부관료들까지. 작품은 아주 철저하게 인간불신적으로 모두를 몰아가며, 좋은 비전을 두고서 사태가 왜 이 지경까지 오게 되었나를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모두 실화입니다. 그렇기에, 이 작품을 보다보면 정말로 갑갑해요. 정치 영화나 부조리 영화, 미해결범죄를 다룬 스릴러 영화들의 답답함을 한데 쑤셔넣었습니다. 시즌1이 누가 범일일까라는 주제로 인간불신을 하게 만들었다면, 시즌2는 사회의식과 관념을 비틀어 인간불신을 창제해냅니다. 그 사이코는 당신의 아이일 수도, 당신의 남편일 수도... 이런 말을 할 뿐 아니라, 당신의 지나친 정치의식이나 미디어 소비 방향이 범죄자에게 유리한 조건을 내걸게 만들 수 있다는 말, 사건을 해결하고자 하는 사명감이 정치무능에 의해 백지가 되는 상황까지 나옵니다.

여러분은 시즌 처음부터 끝까지 팩폭을 날리는 드라마를 견딜 수 있나요? 당신 스스로의 의식조차 의심하게 만드는 작품을요. 데이빗 핀쳐의 악랄한 회의주의와 상상력 자극이 극에 달해있습니다. 심지어 그가 감독하지 않은 에피소드에도 그 손길이 닿아있는 걸 보면, 나머지 에피소드를 감독한 감독까지 이 감각이 전염된 듯 해요.

미국 현대사와 범죄심리를 즐겨보는 저로서는 즐거운 순간이 많았지만, 동시에 힘든 순간도 많았습니다. 이미 다 본 사건도 있었기에 사건의 잔혹함은 내성이 없는데, 누구를 의심해야 하는가와 잡히지 않는 범인과 커져가는 의심과 그를 돕는 정치와 사회상의 압박은 견딜 수 없기 때문이죠. 이것은 여러분이 회사에서 겪는 사내정치를 연살시킬 수 있기 때문에 트라우마를 부를 수도 있어요.











당신은 16살이고 집에서 뉴스를 보고 있습니다. 뉴스가 말하길, 동네에서 한 두명 죽어 가는데 경찰은 이 사건들에 연관성을 찾았다고 합니다. 이것은 연쇄살인이 분명하며, 정황증거로 보아 범인은 분명 또래아이거나 힘이 없는 어른일 거라 말하죠. 어느날 당신은 반에서 늘 말이 없던 과묵한 아이와 단둘이 학급 조를 짜게 됩니다. 공예수업이에요. 2인이 조를 짜서 다음주 월요일까지 작품을 만들어야 해요.

그래서 당신은 낯선 그 아이와 함께 회의를 하게됩니다. 대화를 나누다가 같은 게임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걸로 1~2시간 대화 나눕니다. 그러자 과묵하던 아이가 당신에게 마음을 열었나 봅니다. 그 과묵하던 아이가 당신에게 자신의 관심사를 털기 시작하는 겁니다. 이 녀석이 갑자기 BTK살인마 사건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은 그 사건에 관심이 있다고 말해요. 당신은 조금 꺼림칙해집니다. 그래도 뭐 그럴만하겠다라고 생각하죠. 중학생 정도면 자극적인 걸 좋아할 나이니까요. 회의가 끝날 때 쯤에 주말에 일하기로 그 녀석과 공예작품을 만들기로 합니다. 장소는 강뚝 근처에 창고에서 하기로 합니다. 그 창고가 녀석의 아버지 소유의 창고라서 허락만 받으면 아무때나 오랜 시간을 두고 작업할 수 있기 때문에 작업하기 편하다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주말이 되고, 당신은 마을버스를 타고 강뚝 창고로 향하는 도중에 심심해서 라디오를 들어봅니다. 그런데 라디오 긴급 뉴스에서 동네에서 자신과 같은 또래를 죽이는 살인마의 수법이 BTK같다고 말하네요. 다만 톱날에 베인 상처를 보아, 목 졸라 죽이기 전에 톱날로 살을 베는 고문을 가한 듯 보인다고 말합니다. 시체들은 모두 강에서 버려진 채 발견되고요. 미숙하고 힘이 약하면서 불안정한 태도가 살인현장에서 보이기에, 범인이 청소년일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합니다.

주말에 녀석의 집에 가자, 창고에는 당연하게도 톱과 밧줄과 나무막대등이 있습니다. 톱과 밧줄에는 피가 묻어있는데, 녀석은 연습하다가 베었다고 말합니다. 당신은 아 그래, 하고 말하고는 물을 마시러 부엌에 갑니다. 부엌에서 물을 마시며 뒤를 돌아보는데 녀석이 이상한 미소를 띄며 밧줄을 들고 당신의 당황한 얼굴을 쳐다보고 있어요. 창 밖으로는 강이 흐르고, 열린 현관문 바깥에서 강소리가 들립니다. 녀석은 그냥 당신을 겁주고 싶었다고 더듬거리며 말합니다. 당신은 괜찮을거라고 속으로 되내입니다. 왜냐하면 일단 내신을 받으려면 학교 숙제로 낸 공예작품은 만들어야 하니까요.

녀석은 말합니다. "시간이 늦었어, 더 늦기 전에 빨리 작품 완성하러 가야지."







이 작품은 이런 식입니다.
사실, 데이빗 핀쳐 요즘 작품이 이런 식이죠.

매우 불안한 상황이지만 섣불리 의심할 수 없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자니 위험하고, 뭔가를 하자니 누군가가 체제가 가로막는 그런 상황을 아주 절묘하게 만들어냅니다. 저는 3문단에 걸쳐서 장기적으로 설계했지만 데이빗 핀쳐는 이를 표현하기 위해 1문단 이내로 끝낼 겁니다. 혹은 3분짜리 영상안에 모든 걸 담거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