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 참한 무협 이세계 예능 └ 일상의발견



슬슬 [놀면 뭐하니]가 재밌어 졌어요. 서사가 재밌거든요. 무협 같았어요. 어떻게 보면 이세계물 같기도 하고요. 이세계에서 만능으로 시작하는 게 아니라, 말단으로 시작해서 주변의 고수들을 만나 조금씩 성장하는 작품 같았습니다. 하나가 전부였던 사람이 아무것도 모르는 세계로 가서 새로운 것을 만나고 습득한다는 성장(발견) 플롯의 개념은 흔하지만, 거기에 고수들의 존재가 너무 재밌었어요. 다양한 성격과 실력을 지닌 고수들이 뉴비를 보고 하나의 모티브에 의한 운명에 의해 연결되어, 어쩌다 도움의 손길을 내주게 되는 과정이 재밌었어요. 예측하기 어렵기도 하고요.

무협같다는 말은 어떤 주제를 가지고 이게 옳냐 그르냐의 정답을 탐하는 느낌이 들어서에요. 무협은 단순히 힘겨루기가 아니라 정의겨루기 작품이기도 하다고 알고 있거든요. 다양한 힘을 가지고 싸우지만, 각 고수들은 자신의 시선과 철학을 가지고 있어요. 그로 인해 판이 갈리고, 대립하기도 하죠. 물론 본 작품에서는 음악가지고 대립하진 않아요. 단지, 음악이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다양한 시선과 철학을 지닌 고수들을 만나고 주인공(유재석)이 성장하죠. 그 자체의 여정이 음악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완성해요. 음악에 대한 생각의 대립과 정답은 시야 안에서 펼쳐지는 고수들의 칼부림이 아니라 관객의 뇌 속에서 작용해요. 힘(연주실력, 음악감각)과 힘에 대한 가치관 대립이 무협을 만드는 겁니다.

저번 화는 정말 의미가 깊었어요. 이전까지의 음악무협은 오디션과 경합프로그램에서 고수들이 칼부림을 하며 무엇이 음악이냐라고 싸우는 과정을 그리는 것에 불과했어요. 하나의 정의만이 살아남는 구조였죠. 드래곤볼처럼 뿜어대는 보통의 인간이 할 수 없는 기 발산을 지켜보는 관객들의 뇌속에 음악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엄청난 실력만이 성공하는 것이 음악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박힌 듯 해요. 그 말이 맞죠. 허나 여기서 주인공(유재석)은 본업이 있는 상태에요. 본업을 음악으로 삼고 살아남으려면 어렵지만, 자기 표현과 즐거움의 음악은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줍니다. 동네 세션 알바 얘기가 그냥 나오는 게 아니에요. 음악가라는 건 가요톱100에 드는 게 음악가가 아니라는 말을 하려는 거죠.

겁먹지 말고 그냥 해봐, 일단 해봐. 나쁜 일도 아니잖아? 라는 생각을 심어주게 하는 방송이었단 말이죠. 어째 김태호 PD의 방송은 즐기는 걸 넘어서 세상을 바꾸는 느낌이 들어요. 옛날의 느낌표 이상으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