윽엑시트 └ 액션/모험



옛날옛적에 [퀵]이란 영화가 있었어요. 폭탄이 마구 터지는 대충 그런 영화란 말이죠. 그리고 사실 [엑시트]는 그것의 버전2.0으로 느껴졌습니다. 두 영화는 청춘을 향한 영화였습니다...만, [퀵]은 청춘을 대상으로 한답시고 슈르함과 황당개그와 희한한 동기부여로 무장한 멍청한 영화를 가지고 왔습니다. [엑시트]는 그보다는 청춘을 복돋아주고 위로하는 형태로 가죠.

그때도 청춘이고 지금은 말기인 저로서는...
둘 다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솔직히 무슨 위로를 한단 말이죠. 어디선가 이동경로에 청년들의 의식의 흐름이 녹아있다고 하던데, 모든 청년들이 고시공부를 하고 그쪽으로만 꿈을 갖는 건 아니잖아요. 물론 꿈을 포기한 사람들이 고시공부를 해서 공무원되는 걸 목표로 하지만... 전 솔직히 탐탁찮아요. 공무원이 만능은 아니니까요. 최근에 연금도 깨졌고 말이죠. 그리고 좆나 욕먹는 직업이에요. 해보면 씨발 그렇게까지 욕먹을 필요가 있나, 노력을 해도 욕먹고 내려놓고 오늘만 넘기자식으로 가도 욕먹는 게 공무원이던데. 그리고 고시생들이 엄청나게 늘수록 저는 그리스가 보여요.

우린 그렇게 그리스로 가는 겁니다. 멋지잖아요? 올림푸스가 있는.... 나라라... 얼마전 봤던 [올림푸스 해즈 폴른]이란 영화가 떠오르네요.

아무튼 아무튼,

이 영화는...


...

그러니까 다이하드 같은 영화에요. 아니, 다이하드에요. 진짜 다이하드5 입니다. 그 뭔 병신같은 감독이 만든 굿데이 어쩌구 다이하드 그거는 다이하드5가 아니에요. 외전이겠죠. 넘버링이 없잖아요. 그리고 다이하드1이 건물테러, 다이하드2가 공항테러, 다이하드3가 폭탄테러, 다이하드4가 사이버테러였는데 다이하드5에 속하는 굿데이 어쩌구 다이하드는 무슨 테러였습니까? 없잖아요? 보나마나 식스틴 블럭처럼 다이하드 만들다 딴 길로 샌 작품이겠죠!

그건 다이하드가 아닙니다. 맥클레인이 총질해야 다이하드가 아니죠. 맥클레인이 고생끝에 테러도 수습하고 살아남아 가족들에게 인정을 받아야 다이하드입니다. 다이하드1에서는 아내에게, 다이하드2에서도 아내에게, 다이하드3에서는 아내와 화해하고, 다이하드4에서는 딸에게, 다이하드5에서는 아들......

....아.

아무튼 아무튼, 으리의 존 납뜩레인은 백수입니다. 취준생이라는데 취직못하면 백수지 뭐야. 백수는 백수인데 보통 백수가 아닙니다. 슈퍼백수에요. 여기 어딘가서 이 글을 읽고 있을 당신들같이 부모 집에 쳐박혀 있는 존재는 맞는데, 집에서 오유나 디시나 Qoooo같은 거 하면서 사회와는 담쌓는 그런 백수들이 아니라고요. 운동도 꾸준히 하죠, 동호회도 나가서 사회활동하죠. 그리고 저 인간 방에 컴퓨터가 있던가요? 내 기억에 없던 것 같은데. SNS도 안하는 듯 합니다. 크으... 진짜... 코오오오...

가족들이 좀 기괴해요. 보다보면 저 인간들 저 정신으로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하고 사는 건지 모르겠어요. 코미디라고 풍자한다고 괴기하게 꼬아놨다는 건 이해하겠는데... 지금이 2019년인데 2000년대 초반 스타일 캐릭터의 정형화를 보여주고 있거든요. 그것도 인터넷 갤에서 볼법한 썰 속에 박제된 캐릭터들이 화면에 도트로 그려졌는데, 그 도트 스타일도 아재감성인 거 아시죠? 껄껄껄.

재난이 진행되는 중후반에 가족들이 용남의 행동에 리액션 하는 건, 다이하드에서 홀리가 "오직 저렇게 사람 빡치게 하는 건 맥클레인만이 할 수 있지"라고 말하는 리액션과 같습니다. 그 리액션은 사회를 살아나가는 초년생 내지 취준생들에게 필요했던 거라 감독이 생각해서 넣은 겁니다. 대단한 걸 보여주고 싶은 초년생&취준생 심리와, 그걸 보여주는 주인공과, 그걸 보고 놀라면서 기특하게 여기는 부모...


...애들이나 그런 걸 바라죠. 인정이나 사랑이나 뭐 그런 거요.

그딴 거 필요없어요. 밖에 나가 사회생활 해봐요. 돈이 필요해요. 빌어먹을 돈이요. 어느 사람이 막 칭찬하잖아요? 우쭐해지지 마요, 다 생각있어서 치는 칭찬이니까. 정신차려야 합니다. 온갖 사이코와 멍청이와 틈만나면 사기치는 사람들을 조심해야 해요.

근데 정신 멀쩡한 사람들도 있어요. 재밌는 건, 못난 사람들 때문에 좋은 사람들과 오해가 생기는 일도 많다는 겁니다. 못난 사람들 때문에 사기먹고 인간불신적으로 행동하다가 오히려 인성이 좋은 사람과 거리가 멀어지는 경우가 생겨서요. 무작정 의심하고 멀리하면 안되는 겁니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 범인 봤죠? 오히려 멀쩡하고 착하고 건전해 보이는 사람이 더 무서운 겁니다. 왜냐고요? 그 사람들은 그 이미지가 통용된다는 걸 알고 그 이미지를 열심히 고수하거든요. 그리고 허를 보일때 등을 찔리게 되겠죠. 그러니 여러분들은 정신멀쩡한 사람은 멀리두고 로그온티어를 가까이 해야 합니다. 결함이 많아도 누구 등에 칼을 꽂는 나쁜 놈은 아니니까요.

진짜 멀쩡한 사람들은 가끔 감정도 보이고, 기분나쁜 게 조금씩 있지만 그래도 괜찮은 사람들이에요. 허나 살면서 상처받고 무시당하거나, 아니면 사기맞고 살게 되면 마음 속에 "만나길 원하는 인간상"이 그려지게 됩니다. 완벽한, 정말 완벽한 인성의 사람을 원하게 되는 거죠. 그런데 그런 사람 없어요. 실제로 존재해도 당신과 달라서 당신이 불쾌하거나 거절해서 진작에 멀리 떠난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멋진 사람들을 만나길 원해요. 막 매일매일 운동도 하고요. 어떤 갈등없이 똑 부러지고요. 착해서 아무말이든 들어주고요. 사람들이랑 잘 어울려 다니고요. 마음에 상처도 없고요. 그래서 히스테릭같은 것도 없고요. 건강해서 매일매일 야근도 시킬 수 있죠. 그리고 회사를 나가지 않을 정도로 책임감도 충분하고 게으르지도 않고 시다바리 잘해주고 어떤 보직에 던져도 습자지처럼 업무능력을 흡수해서 잘 해내죠... 사장들은 그런 인재를 원해요. 몇 년뒤에 습자지처럼 업무능력을 흡수한 놈이 자기 자리를 밀어내기 전까지는 껄껄대겠죠. 왜냐하면 세상에 훌륭한 것이 있다면, 그만큼 위험한 법이거든요.









아무튼 아무튼

내가 뭘 쓸려고 했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차티드 : 엑시트]는 좋은 영화에요. 납뜩레이크가 건물탈때는 손에 땀을 쥐거든요. 허나 고증오류가 많이 있습니다. 건물 타는 게 저렇게 어렵진 않아요. [어쌔신 크리드]와 [언차티드] 봐봐요. 저렇게 쉽게 올라가는 걸, 철봉에서 휘휘 날아다니는 놈이 도구도 다 갖춰놓고선 건물 하나를 타는데 저리 낑낑 댑니까? 알테어가 비웃고 갑니다.

근데 한편으로, 취준생 중에 건물 탈 수 있는 사람이 몇 명 되나요?

....저는 좀 해봤습니다. 말하기 어려운 다양한 이유로요 (...)

말하지만 그렇게 어렵진 않아요.

어려서부터 운동장을 마스터하고 나무를 타고 다니며 산에서 놀아본 경험 있으신 분들이라면 본능이 있어서 잘 올라가실 거에요. 저도 나이먹어서 안 될 것 같았는데 요즘도 올라가는 건 잘 되더라고요.












어쨌거나 좋은 게임 원작 영화 추천합니다.

아니 아까 다이하드라 그랬었지,

좋은 게임... 헐리웃영화 영화 추천합니다.

근데 인터넷방송과 드론은 너무 무리수 였다.

인터넷 방송에서 두 사람의 여정을 지켜보는 거 보고 [인류멸망보고서]에서 [멋진 신세계]에서 봉준호 감독분이 토론하다 춤추는 거 생각났어요. 이것은 무엇인가.... 목적은 알겠는데, 이거 계속 보다간 내 정신이 이상해질 것 같아... 그런 것.

그 느낌을 원하나요? [인류멸망보고서] 보세요.











알겠습니다. 장난 그만 치죠. 위에도 여러번 썼지만 이 영화는 사회초년생 혹은 취준생의 생존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가스테러는 빌미죠. 실은 미생들의 특수한 생존기를 통해, 이들이 사회를 이끌어갈 능력이 되는 자들이다... 라는 걸 보여주려는 작품에 가깝습니다. 어떤 변수상황에서도 협동심과 끈기, 기지를 발휘해 살아남을 수 있는 인재들임을 대변해주는 거죠. 당신이 아무리 보잘 것 없이 보아도, 이들은 살아남으려고 하루하루 부조리도 견뎌가며 열심히 살고 있다. 무시하지 마라. 끗.

확실히 이세상 미생들과 취준생들에게는 좋은 힘이 되는 영화입니다.

만일 당신이 하루하루 열심히 동호회 나가고 운동도 하고 부조리도 견디고 건물도 탈 줄 알며, 하루하루 나태하게 보내지 않는 존재라면, 이 영화는 당신에게 좋은 위로가 될 겁니다.

아니라면, 미생과 사회초년생인 당신은 가스 구름 속에서 토하다 뒈질 겁니다.






이제 제가 왜 이 영화를 보고 위로 안 받았는 지 아시겠죠.

감동했습니다.







이것은 신종 꼰대질이거든요.

위로하는 척, 너네 그렇게 살면 안돼 용남과 의주를 본받아...
안 그럼 가스 구름 속에서 토하다 뒈질 거야

공부 안 하고 운동 안 하고 그러잖아?
그럼 너넨 가스 구름 속에서 토하다 뒈질 거야

생을 다 하며 살지 않았어? 최선을 다 안했다고?
상식도 없네?
SNS에 빠져서 위기 의식도 없지?

영화봐요. 위기 의식 못 느끼고 셀카찍다 토하다 뒈지잖습니까.







코오... 멋져요.

브라보 (느린 박수갈채를 보낸다)

제가 영화만든다면 이 영화 각본가와 감독을 본받겠습니다.
욕먹을 수 있는 짓을 잘 구슬려서 칭찬받을 짓으로 포장하다니 멋지잖아요.







제가 비꼰 것 같지만, 실은 정말 대단한 겁니다. 이 영화는 희대의 꼰대짓이 될 수도 있었거든요. 허나 장르적인 재미와 청년들을 향한 심심찮은 위로로 귀결되도록 몇몇 장면들을 추가해서, 꼰대성으로 보일 수 있는 내용이 아닌 청년들이 위기에서 살아남는 작품처럼 보이도록 그려냈습니다.

허나 그래도 용남과 의주가 맺어지는 듯한 결말은 좀 그랬습니다.
한국영화는 꼭 남녀 주인공이면 서로 맺어지드라 라는 뻔한 클리셰로 귀결되는 것 같아서요.

그냥 우정으로 끝내면 뭐가 덧나냐?

한편으로 이런 감상도 들었습니다. 한국 재난영화는 세월호를 기점으로 많이 달라진 것 같다는 감상이요. 정부가 노력을 안 하는 건 아니지만, 그들에게 기댈 수 만은 없음을 보여주거든요. 2013년도에 나온 [감기]에서는 대통령이 모든 사태를 수습하지만, 지금에 나온 [엑시트]는 청년들이 주체적으로 탈출을 모색합니다. 수동적으로 행동하거나, 대통령에 의로운 선택에 의한 구조가 아닌 겁니다. 부모나 상사나 어른등의 누군가의 선택에 의해 살지말고 주체적으로 살아나가란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는 거죠.

아무튼 장르적으로 좋았던 작품이지만, 청년들이 이걸 좋아하드라? 라며 지나치게 뭔가를 쑤셔넣은 건 너무 아니었고, 마지막에 울부짖는 건 [퀵]의 재림을 보는 듯 해서 탄식이 일었습니다. 좆같은 인생, 하든 안 하든 뒈질 판인데 찔찔짜지 말고 그냥 쿨하게 가자고 스타일의 저같은 사람들은 좆나 싫어하는 전개에요.

이걸 한 번 더 보느니 차라리

어쩌라고라는 표정으로

질질짜는 보스의 아들을 쏴죽이는

[존 윅] 1편을 두 번 보겠습니다.

아님 [킬 빌]이나.







아님 볼프강 피터젠의 [포세이돈] 어떠십니까!
재난영화인데, 배가 뒤집혀 침몰하는 상황에서 승객들이 탈출하는 내용이죠!
사람들이 물에 잠겨 화끈하게 죽는 답니다! 주인공과 주인공 가족들만 살고요!

모순이죠.

재난 영화는 꼭 그러더라고요.

주인공 가족만 사는 거요?









아무튼 [엑시트]는 멋진 재난 영화입니다.




PS.
생각해보니 용남과 의주는 용(남)과 여(의주)...
....용이 여의주를 물엇....
....아으 저 진짜 촌스런 발상!!!!!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