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딩 시즌1 리뷰 └ 스릴러/드라마





미쉘공드리 감독, 짐 캐리 주연의 드라마.
이것 만으로 눈이 번쩍 뜨이는 분이 있으시다면,
아래 긴글 읽을 필요 없습니다. 그 분들께 이 드라마를 추천합니다.










스토리요? [피클 배럴 폴즈]라는 쇼가 있어요. 30년 장수한 TV프로면서, 30년 동안 전세계의 아이들의 동심을 지켜온 쇼입니다. 프로듀서이자 제프의 아버지인 셉은 이 쇼를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가합니다. 돈이 될 뿐 아니라, 이 쇼로 인생이 달라진 사람도 있거든요. [피클 배럴 폴즈]가 미국의 동심을 담당하는 쇼라서, 제프(피클 씨)는 미국 전역에서 아무리 타락한 인간이라도, 건드리면 안 될 우상으로 부상할 정도입니다. 실제로 제프는 아이들의 동심 문지기이자, 쇼에서 나오는 캐릭터인 피클 씨를 연기하기 위해서 실제 생활에서도 비속어를 하거나 듣지 않으려고 합니다. 폭력적인 마음이나 선정적인 마음을 가지지 않으려는 것은 물론이고요.

그리고 그 일이 완벽하게 잘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6개월 전에 아들 중 한명이 교통사고로 골로 가기 전까지는요.

아들이 사망한 이후 피클 씨... 아니, 제프는 점점 정신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아들의 죽음과 제프의 심경변화를 감당못한 아내는 제프와 별거하고, 심지어 바람도 피면서 제프에게 그걸 당당하게 말합니다. (그리고 당신도 좀 어른스러워지라고 일갈하죠.) 아들과도 사이가 소원해집니다. 셉은 제프가 혼란에 빠져 미쳐가는 모습을 두고보지 못해 제프를 대체할 대타를 찾게 됩니다. 셉이 피클 씨의 대타를 찾는다는 말을 들은 제프는 분노하고, 그 분노는 병원에서 만난 시한부인생의 새 여친을 사귀면서 가라앉을 것 같았지만, 결국 새 여친은 병이 낫자 제프를 떠납니다.

그래서 제프는 정신이 흔들리다 못해 편집증과 망상까지 보게 됩니다.



그래서 제프는 끝내 Joker가 됩니다.



















아뇨, Kidding이었습니다.

Kidding과 Joke는 같으면서 다릅니다. 장난질을 뜻하는 건 같지만, Kidding에는 Kid가 있죠. Kid요. 아이들. 애같은 짓을 했단 말입니다. Kidding에서는 어른들도 Kidding을 합니다. 어른들은 책임감있고 모든 상황을 다 감내할 수 있을 것 같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피클 씨를 연기하던 순수했던 제프는 운명의 장난과 주변인들의 무심함 속에서 망가져가고, 셉은 프로그램의 안위를 위해 아들(제프)의 말을 병신같다고 무시하며, 아내는 죽음에 대한 혼란에 빠져 제프를 멀리하려 합니다. 머디의 아버지이자 데이드라의 아내인 피터는 자신이 게이임을 깨닫고 이웃집 피아노교사와 바람을 피지요. 그 사실을 안 데이드라는 정신이 못견뎌서 셉에게 기이한 제안을 하기도 하고, 맞바람을 피기도 합니다!

동심을 지키는 스튜디오 내부조차 혼란스럽습니다. 인형탈을 쓴 두 남자는 분장실에서 동성섹스를 하고, 이 프로그램을 책임지는 셉은 여성차별발언과 성소수자차별 발언을 일삼는 매우 보수적이고 젊잖게 과격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제프가 프로그램을 더이상 책임지기 어렵다고 판단되자, 방송국에서는 30년 일해온 제프를 내칠 생각을 하죠!

이런 책임감도, 배려도, 인간미도 없는 세상이
미쉘 공드리 손에 닿자 매우 아름답게 그려집니다.

내용이 매우 시궁창이죠. 보통 작품이라면 분노와 혐오, 끔찍한 감정들로 이 꼴을 바라봤을 겁니다. 허나 미쉘 공드리는 자신만의 미학과 인간에 대한 시선을 가지고 [키딩]을 그렸어요. 그렇다보니 이런 막장스런 애짓들을 이해해줄 수는 없지만, 그냥 거리를 두면서 보게 됩니다. 때로는 그만의 표현방식과 섞여서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아름답게 그려지기도 합니다.

이 드라마는 어른들의 애같은 짓이 전체는 아닙니다. "세상은 순수하지 못하고 막장이다" 그런 말을 설파하려고 만든 작품은 아니에요. 그보단 제프의 심경변화를 그리고 있으며, 마냥 순수한 세상이 아닌, 딱히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세상의 공허함을 그리고 있습니다.



극(세상)이 지나치게 공허하게 느껴질 때, 그 자리는 미쉘 공드리 특유의 동심어린 표현으로 채워집니다. 복잡하고 아름다움이 가득한 드라마가 되었습니다.

말하자면... [이터널 선샤인]의 공드리가 돌아왔습니다.
그의 초기 시절의 전위적인 감각은 사라졌지만, 보다 완숙해진 감각으로 돌아왔어요.










그리고 짐 캐리는 여기서 정극 연기의 끝장을 보여줍니다. 최근에 짐 캐리가 정극연기 안 보여준다고 징징대는 글을 자주 썼었는데, 그럴 만 하더라고요. [키딩]에서 짐 캐리판 정극 연기의 끝을 보여줬으니까요. 이 드라마에는 [트루먼쇼]에서 현실과 이상 속에서 갈등하는 트루먼과 [넘버23]에서 편집증에 빠진 주인공, [다크 크라임] 속 하드보일드하면서 과격함, [브루스 올마이티]에서 보여준 "I don't care", [마제스틱]에서 자신의 소신을 말하는 주인공, [이터널 선샤인]에서 멀어져가는 사랑을 붙잡으려고 발버둥치면서 체념하는 모습까지. [맨 온 더 문]은 안 봐서 모르겠군요

이 드라마에서 모두 볼 수 있습니다. 단지 그 모든 모습들이 제프 그릇 속에 담겨져 있을 뿐입니다. 30년째 동심을 지키기 위해 캐릭터를 고수해 온, 자신의 일 이외에 사생활 처리는 힘들어하는 어른아이 속에 담겨 있을 뿐이죠.

짐 캐리는 여기서 자신의 연기의 끝을 보여주지만, 그 이상은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그는 정말로 어린이TV쇼 진행자같지만, 어느새부턴가 그 이상의 복합적인 연기가 보이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뭔가 새롭지 않다는 겁니다. 그가 이전에 연기하면서 발견했던 것들을 다시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허나 한편으로 짐 캐리의 최근 토크쇼에서 들었던 짐 캐리의 심경처럼 [키딩] 자체가 짐 캐리의 인생을 이야기하는 걸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들었습니다. 지미 팰론 토크쇼에서 짐 캐리는 이런 말을 했거든요. "오랫동안 짐 캐리를 연기했고, 지금은 우주가 짐 캐리를 연기하는 것 같다"라고요. 이것은 사실 [키딩]을 찍을 적이고, 짐 캐리가 위험할 정도로 메소드 연기를 하기 때문에 제프 역에 지나치게 몰두해서 그런 감정을 느꼈을 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짐 캐리 또한 그림 속 자신과 현실의 자신의 괴리감과 그로 인한 고통에 빠져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짐 캐리가 정극연기를 하거나 제대로 어두운 모습을 보일 때 그 작품이 대체로 성공하지 못했던 것처럼, 대중이 짐 캐리에게 원하는 것은 그의 코미디이지 그의 드라마는 아니었습니다. 드라마를 원하는 건 저같은 소수 변태들이나 원하는 거죠. 허나 짐 캐리가 그 우울증을 그림그리면서 떨쳐보냈으며, 시상식 연설에서 코미디의 역사와 정치철학을 설파했듯이, 그는 그렇게 생각없는 코미디에 빠져 있는 존재는 아닙니다. 보다 사색적이죠.

말하자면, 동심의 세계를 지키려 하지만 현실의 어둡고 이기적인 면에서 망가져가는 제프와 과거에 짐 캐리가 유쾌한 모습 때문에 자신의 심오한 내면이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이 이 드라마 속에 뒤엉켜있을 수 있다는 말이죠. 그런 생각이 들자, 짐 캐리가 피클 씨를 연기할 때는 극적으로 연기하지만, 제프를 연기할 때는 진심을 다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키딩]은 쇼 비즈니스 계에서 흔하게 나오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쇼 프로와 진행자의 갈등, 연예인의 타락과 같은 미디어 속 어른의 사정들 말이죠.
당장 빌 코스비도 생각나잖습니까.

허나 여러가지와 공드리식 표현방식이 섞여 이 소재를 [키딩] 고유의 것이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면, 그게 예술이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현실에서 뻔하디 뻔한 일들을 가위질하고 풀로 붙이고 움직여서
뭔가 달라보이는 걸로 만드는 것 말입니다.








공드리의 스타일과 짐캐리의 정극연기가 그리웠다면 이 작품은 추천하지만, 색다른 스토리와 요즘 미드에서 잘 써먹는 기발한 플롯과 골때리는 인과관계를 원한다면 이 작품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허나 인간미가 넘치는 드라마를 보고 싶다면, 봐도 됩니다.











PS.
시즌2 트레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