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권을 가진 사나이 무등급판 └ 액션/모험





이것은 모탈컴뱃 영화가 아닙니다. 근데 이상하게도, 양덕들이 이 영화의 전투씬 볼 때마다 페이탈리티라고 소리치더라고요. 우탱클랜의 힙합 음악과 70년대 칩(Cheap)한 무협이 한데섞여 올드한데 힙한 영화. [철권을 가진 사나이]는 그런 영화입니다.

르자는 70년대 싸구려 무협물에 90년대 비트를 집어넣어 무협액션의 합을 더욱 맛있게 전달합니다. 내레이션 넣으면 싼티나니 넣지 않는다가 시나리오 작법 제1초식임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내레이션을 넣었는데 그렇게 싼티나지 않아요. 그러니 작가 여러분, 내레이션 넣어야 한다면 레퍼에게 내레이터를 시키세요. 말맛의 중요성은 대사가 아니라 화자의 스킬에 따른 거니까요. 또한, 쇼미더머니 치트를 써서 루시 리우에게 오렌 이시이스런 캐릭터를 또 맡게 만들고 러셀 크로우에게 SM변태 연기를 시켰어요. 사실 영화가 끝나면 애널비드를 입에 문 러셀크로우의 극도의 변태연기가 피칠갑 전투씬만큼 기억에 남게 됩니다.

섹스와 살점이 마구 튀기는 무협영화라서 [킬 빌]이 떠오를 지도 모릅니다. 허나 이 영화는 [킬 빌]처럼 무드있는 영화가 아니에요. [킬 빌]은 전형적인 복수 플롯에 타란티노 특유의 감상적으로 뜸들이기 스킬이 더해져서 맛있는 영화가 되었지만, [철권을 가진 사나이]는 너무 싸구려 무협풍으로 가버려서 성급하고 무드도 없는 작품이 되었거든요. 너무 빠르고 관계도도 산만하고, 빌드업하는 과정도 엉성합니다.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관객에게 어떤 것을 주의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이걸 봐, 저기서 어떤 감정이 들어, 불안하니? 그럼 그것 옆에 저걸 봐, 저것이 지금 불안한 걸 감소시켜주지? 그럼 내가 지금 너를 덜 불안하게 만드는 걸 지워버릴테니 잘 봐..." 이런 식의 연출이 영화의 연출 기본이라는 거죠. 허나 이 영화는 그딴 것 없어요. 리듬감과 고어액션과 함께 튀어오르는 힙합음악이 더해진 신나는 무협 하나에만 매진해버린 나머지, 독자가 따라가야 할 떡밥은 사라졌어요. 클럽에서 길을 잃은 기분인데, 세상에, 어떻게 클럽에서 길을 잃어요?

작품이 너무 못 만들었다거나 마냥 쌈마이 하냐고 물으신다면, 그건 또 아니에요. 정확한 고증과 돈지랄로 커버한 디테일 깊은 키치성, 단체 전투나 육탄전에서 느껴지는 속도감 있고 정갈한 합들은 네오 무협작품인 [킬빌]과 [쿵푸 허슬], [닌자 어쌔신] 과는 다른 액션씬을 보여줍니다.

[킬 빌]의 무드와 무드를 깨는 강렬한 폭력이 장점이면
[철권을 가진 사나이]에는 무드 없이 맹렬하게 밀어붙이는 폭력이 있고

그래서 같은 고어성이 짙은 [닌자 어쌔신] 같냐면,
[철권을 가진 사나이]는 고전 무협의 발랄함과 경쾌함, 유치함을 동시에 살려낸 맛이라, 다릅니다.

비슷하게 고전무협의 발랄함과 유지함을 살린 [쿵푸허슬]과도 다른데,
그건 또 주성치맛이라서 이것과 다르죠


고전의 합에 르자 특유의 리듬감과 속도감과
진한 테크닉, 유치한 키치감을 쎄게 밀어붙인 작품입니다

이상하게 개성이 없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 개성있는 영화가 된 거죠.

그래서 결국 문제가 뭐냐고요?
혹시 잭 스나이더 영화, 트랜스포머 시리즈 보셨어요?

그겁니다.

스타일만 남아서, 영화 전체를 안 보고 컷신으로만 보면 정말 재밌는 영화가 된 거에요.








한편으로,

스토리를 알고 본다면 이 영화는 재밌어집니다. 왜냐하면 위에 썼듯이, 영화가 스토리텔링 기능 장애가 있거든요. 그러나 스타일은 좋죠. 그렇기에, 스토리와 접점을 공부하고 보면 스토리 전달보다는 영화의 편집스타일에 몰두하며 볼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다시 보면 재밌는 거에요.

허나 다시 봐도 배우들의 딱딱한 연기는 눈을 찌푸리게 합니다. 영화를 살려내는 절반과 죽여버리는 절반이 있어요. 그중에 감독이나 주인공으로 나온 르자는 영화를 죽였다가 살려내는 쪽입니다. 첸 이역을 맡은 릭 윤은 인상은 팍 쓰나 가끔 너무 목석같아 영화의 느낌을 죽여버리는 쪽에 가깝죠. 허나 여기에 쿵푸 영화에서 한 가닥 하셨던 진관태가 나옵니다. 근데 영화의 때깔을 확 살리는 이분을 초반부터 죽여버려요;

그래도 루시 리우는 오렌 이시이의 카리스마를 복구하고, 거기에 절제된 [킬 빌]의 분위기 속에 터지지 못한 역동적인 액션미를 여기서 맘껏 뽐냅니다. 러셀 크로우는....... 흠............. 아무리 생각해도 애널비드가 좀;;








이 영화의 장점 중 하나가 바로, 모탈컴뱃을 떠올리게 하는 '피비릿내'인데요. 이 영화의 제작자이자 헤모글로빈의 시인인 쿠엔틴 타란타노의 맛은 아닙니다.

일라이 로스. 일라이 로스는 고어의 마에스트로입니다. 보통 영화에서 살점이 뜯겨져 나가는 연출을 그린다면, 그는 살이 덜 찢어져서 덜렁거리는 순간을 연출합니다. 그는 보는 이에게도 고통을 강하게 전달하는 법을 알아요. 그는 광기넘치는 폭력의 세계를 날것으로 전달해서, 광기넘치는 폭력의 세계를 경계하게 만들고 두려워하게 만드는 방법을 씁니다.

만일 그 폭력성이 관객이 이입할 주인공이 아닌 적이라면, 로스의 고어는 질이 다른 쾌감을 선사하게 됩니다. 무협영화의 정석을 찍는 르자의 각본에 로스의 고어감각은 느끼함을 날리는 강렬한 향신료 내지 레몬이 되요. 무협영화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살벌함과 갈증해소적 요소들이 살아납니다.






지금까지 극장용 버전에 대해 말해봤습니다. 구글 플레이에서 천원내지 천사백원 내고 볼 수 있는 것이 극장용 버전이에요. 무등급판 버전은 다릅니다. 그냥 잔혹함과 선정성만 추가된 게 아니에요.

극장용 버전에서는 없던 무드가 추가되어 있습니다.

극장용 버전은
경쾌합니다.
호쾌하고,
지나칠
정도로 빨라,
때로는
정신 사나울
정도로.

허나 무등급판은 느립니다.
일련의 장면을 추가해서 영화가 길어질 뿐 아니라 설명하는 부분도 많아졌고,
시간이 생기자 풍경과 무드도 생겨났어요.
그래서 영화 속 세계관과 분위기를 더 많이, 더 깊게 즐길 수 있습니다.
폭력성과 선정성도 깊게 음미할 수 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둘 중 하나를 추천하기가 어렵습니다.

차분히 분위기를 즐기며 보는 건 무등급판이 낫지만, 확실한 리듬감은 극장판이 낫습니다. 양가의 장단점이 확실히 달라요. 물론 그 장단점은 이 작품을 좋아해야 생기는 장단점이고, 이 영화가 싫다면 무등급판을 봐도 싫을 겁니다.






아무튼 저는 [닌자 어쌔신]과 [철권을 가진 사나이]를 게임영화가 아닌 게임영화로 보곤 합니다. [닌자 어쌔신]은 아타카키판 [닌자 가이덴]같고, [철권을 가진 사나이]는 [모탈컴뱃]같거든요. 보시면 왜 양덕들이 보다가 페이탈리티!라고 드립치는 지 아시게 될 겁니다. 제 생각에, [모탈컴뱃] 영화화 된다면 그건 일라이 로스가 맡아야 할 것 같아요.






덧글

  • 포스21 2019/10/20 07:14 #

    뭔가 흥미가 생길들 말듯 하군요
  • 로그온티어 2019/10/20 12:21 #

    좀 애매하긴 하죠. 오락적 요소의 가닥조차 지극히 컬트적인 방향이라... 헌데 코드가 맞다면 열렬하게 달리게 되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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