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함에 찬물끼얹기 └ 스윙/누디스코



70년대 헐리웃 무협영화에서 디스코음악이 나왔던 게 어렴풋이 기억납니다. 어떤 거라고 레퍼런스를 꺼내기가 어려울 정도로 모호한 기억입니다만, 디스코 음악이 펼쳐지자 무협 겨루기가 춤 추는 것처럼 보였던... 그 어떤 강렬한 기억이 제 심연에 강하게 박혀있었습니다. 참고로 발리우드 영화는 아니에요.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통배권을 들으면서 그 것이 살아나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 문제의 통배권

통배권은 듣기 시작한 이후로, 이게 뭐지? 이게 뭐지? 하면서 듣게된 음악입니다. 전체가 아예 사운드 키치와 오마주로 무장된 음악인데 그걸로 독자적인 중독성을 만들어낸 마약같은 노래에요. 저도 들으면서 그 모든 것의 적절함에 할 말을 잃었어요. 산만할 것 같은데 집중적으로 귀를 강타합니다. 제 예상인데, 섞어찌개의 대가인 일렉트로닉 바흐도 이 센스는 못 따라갑니다.

진지한 싸움씬에 이런 흥겨운 음악을 꺼내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소격효과가 일어납니다. BGM 선곡 잘하는 사람들의 특징이 이런 소격효과를 너무 과하지도 않게 잘 쓴다는 겁니다. 요게 간단할 것 같은데 심오해요. 음악으로 치면 그냥 단조쓰는 게 아니라, 어보이드 노트를 쓰는 격이거든요. 잘못하면 불협화음이 나거나 작품에 몰입하게 되기 어렵게 됩니다.



이탈리아 영화에 영감을 받은 듯한 뮤직비디오. 난해하게 속도감 넘치는 컷, 진지하고 엣지있는 장면을 흘려보내는 흥겨운 리듬, 이것을 듣다보면 저는 [나이트메어 시티]나 [비욘드]가 생각납니다. 진지한 순간에 신나는 디스코인지 뭔지 모를 음악이 터져 나오면서 독특한 느낌을 자아내는 영화들이죠. 정말 부적절한 느낌인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정말 재밌습니다

허나 잘 쓰면, 관객이 그 씬에 몰입하지 않고 멀리서 전경을 바라보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게 기본 능력입니다. 응용해서 쓰면, 관객에게 적절한 긴장감 완화를 시켜줄 수도 있습니다. 말 그대로, 극에서 시선이 멀어지게 만들면서, 상황을 관조하게 만드니까요. 다음 씬을 위한 에너지와 집중력을 회복할 수 있는 신의 한수가 됩니다. 동시에 흥겨운 노래와 함꼐 상황을 순차적으로 지켜보는 맛도 있지요.







...알아요.

영화 보는 분들이라면 다 아는 상식이죠. 학교다닐 때 다 배우는 거고요. 그래서 사실 이 글을 쓰면 이 블로그가 나무위키 느낌 날 거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습니다.

소격효과의 사용방향과 뭐 그런 걸 쓰려고 영화밸에 올린 게 아닙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통배권과 아케이드 파이어의 사인오브라이프란 노래를 소개하고 싶었어요. 보다 많은 분들께요. 허나, 음악밸에 올리면 뭔 자극적인 글을 올려도 한명도 안 봅니다. 음악밸에 올려서 덧글이나 조회수 하나라도 가는 걸 못 봤어요.

그래서 이렇게 된 겁니다.

소격효과는 함정이라구 (?)

이렇게서라도 술탄을 알려야 해...






그나저나 이렇게 뮤비에 오마주 쏟아넣는 거 너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