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유리창의 광기 └ 일상의발견



최근 든 생각입니다. 누군가는 치워야 해요. 누군가는 자신의 손을 더럽혀야(?) 합니다. 바닥이든 공동시설이든 뭔가 지저분한 게 있으면, 누군가는 그걸 치워야 해요. 안 그러면 거기에 뭔가가 계속 쌓이고, 쌓입니다. 더러웠던 장소가 영역이 되고 지역으로 확장됩니다. 깨진 유리창 이론이요, 제 생각에, 그거 이론이 아닌 것 같아요. 실제죠.

당연한 소리지만 혹시 극단적으로 더러운 곳을 보고, "어우야 저거 치워야 겠다!" 라는 생각이 드신 적 있나요? 자신이 저질러놓은 거라면 당연히 치우는 게 도리지만, 남이 저질러 놓은 것을 치우는 것은 좀 꺼려지는 게 있습니다. 내가 아니더라도 누가 치워준다거나, 내가 치웠다가 내가 저지른 것으로 오해를 받아서 운명에도 없던 욕을 먹을 수도 있죠. 그리고 사실 치울 필요가 없습니다. 제 책임은 없으니까요. 선택일 뿐이지.

헌데 그 자리에 점차 더러운 게 쌓여갑니다. 말했듯이, 그것은 영역이 되고 지역으로 확장됩니다. 그리고 그 무관심은 곧 저에게 돌아와요. 제가 공동생활을 해서 느꼈습니다만, (군대말고) 결국 그렇게 되면 끝내 역병이 창궐합니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 역병이 창궐해요 (...)

그래서 저는 별 수 없이 치웁니다. 남이 저질러 놓은 거요. 누가 치워주는 것도 아니니까요. 욕질욕질하면서 치우죠. 특히 남자화장실에 자주 일어나는 일이 있어요. 이 염병할 씨발 새끼들은 어른이 되고 군대까지 갔다왔으면서 책임감과 이타심은 저세상에 갔다 버리고 왔나봐요. 화장실에 똥쪼가리나 토해놓은 거 안 치우고 걍 튄 거 보고 아연실색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어떤 사람은 그래요.

남이 저질러 놓은 거잖아? 만일 네가 치우면, "아 누가 치워주나 보다"라며 계속 거기다가 저질러 버릴 거라고. 차라리 냅두고 더러움이 심화되어 역병(?)이 올라와야 그 사람들도 경각심을 가지지 않겠어?

아뇨.

버리는 사람은 버립니다. 버려놓고선 다음날 더 더러워지면 "이 씹쌔끼들 이런 거 안치우고 뭐하냐" 라고, 지가 역병(?) 걸려서 빌빌 대면 책임감 없는 씨발 새끼들 때문에 자기가 병 걸렸다고 남 멱살 잡죠. 남탓하는 사람들은 끝까지 남탓해요. 그리고 버릴 사람은 끝까지 버리죠. 그건 천성이에요. 못 고쳐요. 실은, 바뀔 수 있어요. 인성도 바뀌고 나쁜 버릇 고칠 수 있어요. 하지만 제 친척분의 사례를 보니까, 그렇게 생각이 들 때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다른 분 말 들어보니, 사람 바뀌기 까지 약 35년이 걸렸대요.

무려 35년이요!
그때까지 기다려줬다간 지구는 환경오염으로 멸망하고도 남았을 겁니다.

결국 누군가는 치워야 해요. 안 그랬던 사람도, 그걸 보고 갑자기 귀찮아 지거나 아님 어두운 마음이 생겨서 지역을 쓰레기나 똥으로 타락시키는 데 동참해버릴 수도 있거든요. 진짜, 저는 점점 업그레이드되는 쓰레기 산을 보면서, 사람이 문명사회에 살지만 일말의 광기가 내면에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어떤 정당성이 느껴지면 사회가 무너질 것을 알면서도 지 멋대로 해버리는 광기요.

멋대로 한다라... 그건 말 그대로 더이상 사회를 신경쓰지 않겠다는 의미가 됩니다. 말 그대로 사회에 대한 분노나 아니면 반감, 억하심정 때문에 저지르는 거란 말이죠.

본인이 힘들고 남에게 맨날 차이고, 비하받는 상황일 때도 그럴 수 있어요. 돈이 없음에 세상이나 사회에 분노를 느끼는 것이거나 아니면 내가 지켜봐야 뭐가 되는데? 라는 심보로 그럴 수도 있지요. 제 생각에 아마 그 사람들은 그럴 거에요. "이거 지켜서 뭐 나에게 이득이 되는 게 있나?" 실제로 제 친구 중에도 그런 애들이 있었거든요.

저나 누군가가 이 상황에 대해 아무리 훈계를 해도, 그런 사람들의 심리는 바뀌지 않아요. 그리고 그냥 작은 것도 내버려 두면 그게 점점 커지죠. 더러운 환경이 되버리면 그것은 타인에 대한 증오와 분노가 되요. 오해가 자주 생기고, 자기가 이런 더러운 환경에 살고 있다는 것에 어떤 증오감을 느낄 수도 있지요.

그런 난장판을 보고 나서 저는 깨달았어요.

누군가는 그걸 치워야 한다고요.




제가 괜히 요즘 세상이 미쳐가고 있다느니, 종이 한 장 차이로 사람들이 병신이 될 거라느니... 그거 제가 감정 섞여 막말하거나, 드립치려고 흘기듯 말하는 게 아닙니다.

진짜, 최근 몇 년간 보고 느낀 게 많아요.

이젠 뭐 그래서 사람이 싫다, 세상이 왜 그 지랄이냐를 거론하고 불평하는 걸 떠났습니다. 체념도 아니에요. 사람이란 그런 거구나를 배우고, 그냥 더 미쳐 돌아가기 전에...

그러니까 누군가(나)가 그걸 치워야 한다고! (방금 전에 부들부들하면서 치우고 온 사람의 절규)

그런 겁니다.

그러니까 치우세요.

덧글

  • 타마 2019/11/07 09:34 #

    비슷한 의미에서 '윈윈'이란 말을 굉장히 혐오합니다. 둘이서 같이 이득보면 당연히 좋겠죠. 근데 마이너스는 결국 누군가 덮어 쓴단 말이죠. 그 둘 이외의 누군가가...
    플러스가 있으면 마이너스가 있는 게 세상 이치인데, 뒷처리를 해야할 누군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도 없이 지들끼리 좋다고 신나서 춤을추고 끝.

  • 로그온티어 2019/11/07 16:54 #

    좋다고 신나서 춤추기 보다는...
    그냥 버리면 누가 치우는 게 당연한 줄 알고 버리는 것에 가깝다고 봅니다.

    윈윈은... 모르겠군요;
  • 콜타르맛양갱 2019/11/07 10:06 #

    답답한 사람이 치우겠죠 아이고 답답해라 그나저나 저도 몇년후면 바뀌겠군요(?)
  • 로그온티어 2019/11/07 16:53 #

    근데 35년이 지나서야 바뀌었다는 말은 그 분의 아내 말이니 확실치 않습니다.
    결혼 후 부터 35년이니까, 정말 35년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반세기 (실제 그분의 나이) 일 수도 있고... 모르죠 (?)
  • 망둥이 2019/11/07 23:34 #

    묘한 곳에서 책임감 같은 걸 느끼시고 있으신 것 같네요
    무언가 더러운 것이 쌓이고 쌓여서, 언젠가 역병이 창궐한다고 하더라도 그 빌어먹을 장소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자신과는 일륜처럼 끊어버리고 떠나선 잊어버릴 수 있는 거라면요. 그 편이 편하고, 또 지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잖아요?
  • 로그온티어 2019/11/08 08:42 #

    그게... 제가 한 자리에만 머무르진 않습니다. 허나, 어느 곳이든 다 똑같아요. 어느 곳이든 누군가는 거기다 버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여럿이 있으면 그 중에 무책임한 사람 한명은 꼭 있어요. 결국 피할 수 없는 거에요. 더 나은 곳이라면, 치워주는 사람을 따로 고용해서 누군가가 치워주기만을 바래도 되요. 허나 그것도 주기가 있는 법이고, 주기 안에 장소가 급속도로 난장판이 되면 그때는 결국 누군가가 치워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이럴 수도 있지요. 그 빌어먹을 장소에서 도망쳐서 안 빌어먹을 장소에 도착하잖아요? 근데 어느날 멀리서 산이 보여서 저게 뭔가 하고 봤더니 그 빌어먹을 장소가 산만큼 커져서 내가 사는 안 빌어먹을 장소까지 도달하는 겁니다. 물론 그건 그냥 과장된 생각입니다만. 아무튼 말하자면, 이건 책임감이 아닙니다. 우려되어서 치우는 것 뿐이죠. 이 글은 제 우려가 가득 담긴 글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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