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내가 모르는 세계에 대하여 //영화광





노파심에 씁니다만,
'이' 세계가 아닙니다.









알란 릭먼 분이 돌아가셨을 때도 저는 실감하진 못했어요. 엄밀히 말하자면, 저는 이 분이 떠나서 안타까운 이유를 제대로 실감하지 못했어요. CINECOON님의 글을 보고서야 더 실감하게 되었을 뿐이죠.






퍼포머의 재능이란 뭘까요? 아마도 모든 분들을 만족시킬 천재적인 재능을 의미하는 것 뿐만은 아니리라 저는 생각합니다. 그야말로 그 스타일이 어떤 사람들에게 '중요하다'는 어필을 해도 저는 재능일 거에요. 왜냐하면 바로 옆사람 설득시키고 즐겁게 해주기도 빡빡한 세상이거든요.

어쩌면 제 옆에 계신 이웃분이 그런 빡빡한 세상을 뚫고 웃음이나 즐거움이나 감동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닐까. 그래서 계속 뭔가를 알리는 겁니다. "이런 것도 있고, 저런 것도 있어요." 제가 10년 넘게 블로그 한 건 다름이 없어요. 큐레이터처럼 굴기 위해서죠. 남에게 참견하며 끈질기게 영업하는 것도 그 이유에요. 어떤 분들은 만족하고 어떤 분들은 싫어하실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보고 만족할 지도 모르잖아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저기 조금만 저 곳에 걸어갔는데, 내가 활짝 웃을 뭔가가 있을 지도 모르잖아요."

물론 요즘은 좀 변질되었지만요. 갑자기 SM얘기가 나오고 떡치고 싶다 쓰고, 이웃 블로그 가서 헛소리 마구 섞인 개그를 날리죠. 리뷰와 스노비즘 병에 걸려서 생긴 나르시즘에 의해 작품을 도륙낸다는 생각으로 리뷰를 쓸 때도 있었어요. 거기에 요즘은 일상 넋두리가 많아졌고요.




어떤 분들의 퍼포먼스는 누군가에겐 유의미하게, 가슴을 다시 뜨겁게 만들어 줄 거에요. 그리고 아직도 제가, 여러분이 모르는 곳에 그런 퍼포먼스가 있을 거에요. 아니, 그렇게 대단하다면 왜 우리가 모르는 건데? 누군가 물을 수도 있어요. 이에, 돌아가신 신해철 분이 살아있을 적 강의에서 남긴 말이 떠올랐어요.



[러브레터]처럼, 때로는 [파이란]처럼 순간이 맞닿지 못할 때가 있어요. 인터넷의 세계는 광활해서, 모든 작품을 섭렵하기 쉬워졌지만, 섭렵한 후에 어떤 배우나 개발자에게 꽂혀서 검색해보면 그 분들이 이미 돌아가신 케이스도 많았어요. 얼마 전에도, 1년전에도, 재능있지만 돌아가신 분들이 좀 계셨죠. 시간과 세상은 냉정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껴요.

다시 말하지만,
데이빗 보위분이 돌아가셨을 때 저는 그 분이 대단한 분인지 몰랐어요.
이노 켄지 분이 돌아가셨을 때 이 분이 어떤 철학을 가진 분인지 몰랐었죠.
크리스토퍼 리분이 돌아가셨을 때 그 분이 영화사를 관통하는 인물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위에 신해철 분은 당시에도, 정치질을 잘하는 철지난 음악가라고 생각했지
철없는 음악으로 메탈정신을 연성한 연금술사일 줄은 몰랐어요.

근데 이 분들은 유명해지셨지만 그러지 못한 분들도 많아요.

내가 모르는 곳에, 혹은 가깝지만 보지 못했던 곳에, 내 편견 속에,
내가 원했던 것이 있었지만 지금은 없다는 걸 깨달았을 때
저는 더더욱 눈에 불을 켜기 시작했어요








어떤 분이 제게 덧 남겼죠. "어쩜 이런 보기 어려운 것들을 골라 가져 오셨냐고요"
답변은 쉬웠어요. 눈에 불을 켜고 있으니까요. 찾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서죠.
건설적이고 유용한 의지는 아니에요,
그래도 누군가가 좋은 작품을 만났다고 하면 저는 그나마 기분은 좋아져요.

본디 진가를 못 겨룬 채로 이대로 아는 사람만 알고 잊혀진다는 건 가슴 아픈 일이니까.
그래서 저는 계속 가보는 거죠.

내가 오늘 찾은 것을 누군가는 좋아할 지 모르니까요.

제가 어떤 작품을 끄집어내 오면, 어떤 분들에겐 맞닿을 수도 있어요.
어떤 분은 기억속에서 잊어버려도 작품을 기억해 줄 분이 생길지 몰라요.
재평가도 받을 수 있겠죠.

그래서 계속 독자적 시선으로 큐레이터 역할을 할 겁니다.
너무 힘차지도 않게, 너무 느슨하지도 않게 말이죠.

어쩌면 [파이란] 같은 운명이 조금은 상쇄될 지도 모르죠.








아직 모르는 겁니다. 아직 제가 보고 있는 것도 여러분이 보고 있는 것도 세상의 일부분이니까요. 언제 내가 못 본 조각이 와서
조각난 마음을 채울 지 모르는 거죠. 결국 다시 사라져 버릴 지도 몰라,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오히려 가슴아프게 다가올 수도 있어요. 하지만 생각해보세요. 어떤 분들이 있었기에, 청소년기의 일부가 채워지거나 반복되는 일상이 조금은 화사해졌었다는 사실을요. 어쩌면 이 세상은 단조롭지 않을 거에요. 다시 마음을 쿵쾅거리게 할 멋진 것이 거기 있을 지도 몰라요.

그래서 계속 찾아보는 것은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잊혀지기 전에 아직 알려지지 않은 퍼포머분들이나 여러분의 가치를 찾기 위해서 말이죠.













그래서,






이거 왜 안 보시는 겁니까. 시네쿤님.
이거 괜찮다고,
1년 전부터 내가 보라고 했지만 이글루스에 리뷰가 한 개도 안 떴어요.

위에 장광연설 안 보이십니까? (찎-)
나 괜히 영업하는거 아닙니다?








아무튼 아무튼,



에디 마산의 매력을 알 수 있는 [스틸라이프]도 추천합니다.
위에 제가 쓴 내용과 반은 맞아떨어지는 내용이라.

최근엔 [피드백]도 찍으셨던데, 그것도 멋지더군요.

덧글

  • CINEKOON 2020/01/15 18:30 #

    맙소사 링크 따라왔는데 저격글이었다니...
    이거 완전 부비트랩이잖아요!
  • 로그온티어 2020/01/15 19:22 #

    엘로얄 부분은 농담이긴 했는데 좀 선을 넘은 것 같군요;
    앞으론 조심할 게요
  • CINEKOON 2020/01/15 19:29 #

    앗, 농담인데... 더 해주셔도 막 굴려주셔도 괜찮아요
  • CINEKOON 2020/01/15 19:29 #

    햐... 어쨌거나 덕분에 이 영화 진짜로 볼 것 같네요, 이번엔
  • 로그온티어 2020/01/15 20:27 #

    1. 그래도 조심은 할게요. 제가 조심하는 이유가 있으니까요. 저는 폭주하면 정말 선이 사라져버리기에 자기검열을 매우 많이 하는 편입니다.
    2. [엘로얄]을 제가 괜히 추천드리는 게 아닙니다. 물론 제 취향에 의거한 추천이긴 하지만, 적어도 저는 저 영화를 보면서 간만에 영화를 봤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영화 좋아하시는 분이시니까, 좋아하겠지 하고 추천드렸는데 여전히 안 보시니까 1주년을 기념해서 드립쳐 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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